도시를 일컬어 인간이 창조한 문명의 심벌이라고 한다. 박물관과 공연장을 찾아 온갖 문화생활을 만끽하고,편리한 교통에다 의료시설이 구비돼 있고 극장이나 공원에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유행하는 패션을 따르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도시민들이 가지는 특권이다.

그런가 하면 도시의 비정함을 질타하기도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도시는 고향도 어머니도 없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야회(夜會)에 나간 동안 그 옷깃에서 떨어진 장미꽃 냄새를 맡아가며 고독 속에 잠든다"고 했다. 도시를 두고는 음습한 말들이 많다. 유령같다느니,진실을 숨기고 있다느니,칙칙한 거미줄 같다느니 한다.

이렇듯 양면성을 가진 도시들은 산업혁명을 계기로 대거 출현했는데,1880년대엔 인구 10만명 이상의 유럽도시가 23개나 됐다고 한다. 이후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상ㆍ하수도 시설이 갖춰지고 공중위생이 정비됐다. 정부와 지식인들이 적극 나서 도시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60년대 경제개발이 추진되면서 농촌을 떠난 인구가 도시로 밀려 들었다. 당시 도시화율은 28% 정도였는데,1970년대에는 50%를 넘어섰다. 1990년대 80%를 다소 웃돌더니,지난해는 90.5%가 넘어섰다고 어제 국토부가 발표했다. 인구 10명중 9명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도한 도시화율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주택ㆍ교육ㆍ교통ㆍ공해ㆍ치안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인구의 4분의 1이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 현실에서 도시문제는 여간 심각하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국제결혼으로 인해 다문화 사회가 겪는 갈등도 당장의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간에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의 중소도시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침체되는 분위기다. 급격한 도시화율을 보면서,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