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미국 본토 상륙이 임박하면서 3년 전 '카트리나'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 당국은 '강제 대피령'을 발동하고 31일까지 주민들에게 도시를 떠나도록 명령했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모든 폭풍우의 어머니'란 의미의 구스타브는 미 석유 생산 시설이 밀집한 걸프만을 거쳐 이르면 1일 뉴올리언스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도는 4등급에서 3등급으로 다소 약화됐지만 본토 상륙 시점에 다시 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미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밝혔다. 3년 전 18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카트리나도 3급 허리케인이었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이번 허리케인이 카트리나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100만명 내외의 피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구스타브의 이동 경로였던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에선 이미 홍수 등 피해로 8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따라 뉴올리언스 시당국은 노인과 저소득층 등 별다른 대피 수단이 없는 주민 3만명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관광객들에 대해서도 도시를 벗어날 것을 권했다.

미국 석유 생산의 25%와 천연가스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걸프만 연안 석유업체들도 해안 시설을 통해 이뤄지는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각각 75%,40% 이상 중단한 채 허리케인 접근에 대비하고 있다.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8달러 가까이 치솟기도 했으나 걸프만 정유사들이 허리케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왔다는 분석이 부각되면서 전날보다 0.13달러 하락한 배럴당 115.46달러에 마감됐다. 하지만 구스타브 피해가 본격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