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우리 증시는 강보합권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밤 경제지표들의 호전과 유가 하락 등으로 미국 증시가 급등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이 순매수를 보인 덕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주도 장세라는 점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사안은 두산그룹주의 폭락이다.

오전 11시 30분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두산중공업이 하한가, 두산건설이 10%대 주저앉고 있다.

두산그룹주들의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미국의 소형 중장비 브랜드 밥캣에 대한 10억달러 규모 투자 결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밥캣 인수를 위해 지난해 설립한 해외 계열사에 각각 5억1900만달러와 4억8100만 달러를 출자할 방침이라고 전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회사측에서는 이번 출자로 밥캣의 차입금 감축을 통한 투자 및 성장동력 배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두산 측의 재무적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양희준 애널리스트는 “밥캣의 예상 EBITDA(세전이익)가 하향됐는데, 이는 북미와 유럽 등 주요 매출지역에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는 뜻으로, 이 같은 밥캣의 실적 부진은 차입약관으로 인해 곧바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위험으로 이어진다”면서 “이것은 이번 증자결정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와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그룹에서 밥캣을 인수했을 때, 시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기대감과 인수 비용 관련 부담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 상태이긴 했지만, 우려보다는 시너지 효과에 좀더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다.

올해 2월 무렵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인수관련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분석도 줄을 이었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증시의 체질도 허약해진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분위기가 달라진 듯 하다.

물론 경기둔화에 따라 실적이 부진해지며 밥캣도 당초 예상과 다른 실적을 낸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은 호재보다는 악재에 보다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두산그룹주 입장에서는 운이 없었다. 대기업 주식이 하한가로 떨어질 정도이니 증시의 체력과 투자심리는 바닥권에 가까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대형주가 됐든 중소형주가 됐든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로서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