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기업광고 가운데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광고가 눈길을 끈다. 맨주먹으로 유럽에 날아가 차관을 얻고,배를 수주했던 당시를 설명한다. 불과 몇초 동안의 영상이지만 불굴의 도전정신과 두둑한 자신감이 인상적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며,불가능을 무릎꿇게 했던 그는 기업가정신이 충만했던 대표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우리 경제가 이토록 짧은 기간에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정신이 충만했던 경영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거대한 모험을 감행하고,황무지에서 철강산업을 일구고,유화산업을 개척한 사람들은 상상력과 창조성이 뛰어난 경영인들이었다. 피터 드러커가 명저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들과 무관치 않았다.

이런 기업가정신이 퇴색했다고 여기저기서 야단이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좀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나갈 때,차세대가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급기야 정부가 사라진 기업가정신을 지피겠다고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9일까지를 '기업가정신 주간'으로 정하고,기업들이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에서는 '한국 경제를 빛낸 기업인'을 선정해 발표하는데,반(反)기업 정서를 의식해서라고 한다. 이왕이면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제약들을 싹 걷어내는 정부의 결단도 함께 이루어지면 더욱 좋을 성 싶다.

대만의 기업인들은 두 개의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하나는 현재의 명함이고,또 하나는 미래에 자신이 창업할 회사의 명함이다. 기업가정신이 살아 움직인다는 얘기다. 투자를 주저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기업가정신이 더욱 아쉬워진다. 정 명예회장에 대한 향수는 그래서 더욱 진해지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