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항공.정유.여행 관련주에 직격탄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나 증시에선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 채산성을 개선해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철강, 정유, 항공 등 수입 원자재 부담이 큰 업종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기하강, 물가 부담, 금융시장 불안 등과 맞물려 환율 상승이 급격하게 나타나 증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되고 있다.

26일 대표적인 수출주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오전 11시20분 현재 2.50%, 1.89% 하락하고 있으나,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1.11%와 1.49% 상승 중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지만 이에 따른 수혜주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원화가치 하락의 원인이 글로벌 경기의 부진과 달러의 상대적 강세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을 호재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078.90원으로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나흘째 급등세를 지속하며 1,084.70원으로 올라섰다.

조선주는 선박 수출 대금을 대부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보통 환율 상승 수혜주로 꼽히지만 이번엔 여의치 않다.

환율 상승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로 일부 대형사들의 경우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대우조선해양[042660]은 3.15%, 삼성중공업[010140]은 4.10%, STX조선[067250]은 3.13% 각각 하락하고 있다.

원재료를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는 철강, 정유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POSCO[005490]는 1.18%, 현대제철[004020]은 2.36%, 동국제강[001230]은 0.47% 각각 내리고 있으며, SK에너지[096770]와 GS[078930]는 0.44%와 2.34% 하락 중이다.

POSCO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보유했다 원료 수입 대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차손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녹록지 않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경우 이미 상반기 중 수천억원대의 환차손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등 가시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항공, 여행업체도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행 비용 상승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비용 부담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날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40%, 0.88% 하락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039130]는 3.05% 떨어지고 있다.

이밖에 은행들이 판매하는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업체들은 환율 상승과 함께 관련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키코로 8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한 태산엘시디[036210]는 이날 5.83% 반등하고 있으나, 앞서 9거래일 동안 48%나 떨어졌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환율 급등을 수출 채산성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 시장 전반의 체계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이로 인해 환율 상승에 따른 종목이나 업종별 수혜를 논하기 앞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