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조선株들의 부침이 유독 심하다.

지난해 고점대비 반토막난 종목이 수두룩 할 정도로 주도주로서의 지위까지 상실할 위험에 처했다.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증시 폭락,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평가손실 우려까지 짓누르고 있다.

일단 조선주들의 현 수준이 낙폭과대라는 의견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하반기 후판가 상승에 따른 이익모멘텀 둔화가 확실한 만큼 선종별 강점을 지닌 종목을 차별화해 들고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선 대표주 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23만85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1월 55만원대비 반토막 이하로 추락한 상황이다. 시가총액도 20조원대 붕괴에 이어 18조원대로 주저 앉았다.

올초 태안 기름유출 사태를 겪으면서 최저가로 추락했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던 삼성중공업도 3만3000원대까지 빠지면서 지난해 10월 고점대비 41.5%가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7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한진중공업도 지난 22일 3만6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고점대비 무려 69% 이상 추락한 주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잇따른 수주취소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 등도 신통치 않은 주가행보를 보였다.

◇ "호황 계속된다" vs "하반기부터 둔화"

업황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도출되고 있다.

최근 '조선산업의 호황은 끝나지 않았다'는 도발적 보고서를 내놓은 조용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이 수주계약 취소 사태로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수주잔량과 선박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호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 수주계약 취소는 악재지만 조선경기를 판가름하는 수주잔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산업에서 호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근본적인 지표인 일명 '건조일감'인 수주잔량이 꾸준히 늘면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조선경기를 좌우하는 또 한가지 지표인 수주선가 역시 양호하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분석이다. 선박가격이 2007년 이후 2차 랠리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비교적 선행성을 가지고 있는 중고 선박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적인 선가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중국 경기의 일시적인 조정은 장기적 주기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선박발주는 3년 이후에 선박인도를 가정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중국의 장기성장이 지속된다면 조선산업의 장기호항도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후판가 상승이 하반기 조선주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비등한 상태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미포조선에 대해 2분기 실적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후판가 상승으로 기대이익이 낮아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30만9000원으로 24.4% 하향 조정했다.

같은 이유로 삼성중공업 목표가도 기존 4만8800원에서 4만6400원으로 내렸다.

전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감소한 것은 4월 주문부터 적용된 후판가격 인상이 5월부터 원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인상된 후판가가 완전히 반영되는 3분기에는 2분기에 비해 실적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선 개별 종목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온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도 "세계 증시악화와 경기침체 영향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조선주들이 다른 업종과 차별화된 주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선박가격이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증시가 더이상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조선주들의 기본적인 펀더멘털 요인은 견고하기 때문에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후판가 상승추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조선주의 저력을 믿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후판가 상승에 따른 이익모멘텀 감소 추세는 불가피한 만큼 보수적 관점 유지도 권고하고 있다.

김현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 빅3에 대한 선별 투자를 주문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조선 빅3의 수주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대형조선업체와 중소조선업체간의 경쟁력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주가 급락은 중국경기에 대한 우려와 발주급감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후판가 등 원재자 가격이 이미 상승했기때문에 이익모멘텀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최근 발주량이 늘고 있는 유조선과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용준 연구원도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시장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조선업종의 주가하락으로 경기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수주선가와 수주잔량이 호황 여부를 나타내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판단한다면, 일시적인 수주계약 사태에 지나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재천 애널리스트는 결국 후판가 상승추이가 조선주에 대한 투자지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 애널리스트는 "조선주들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후판가 안정이 최소 필요조건이 될 것"이라며 "최근 철 스크랩과 철강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현실화된 것이 아닌 만큼 4분기까지는 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