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세원 투명해지니 경기 나빠도 세금늘어 감세 여력 충분하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감세 잘못 추진하면 국채발행→금리인상→투자부진 악순환 초래"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4일 이명박 정부 취임 6개월을 맞아 한국경제신문 초청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원내 제1,2당 정책사령탑이 한자리에서 토론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부동산,공기업 개혁 등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양당 의장은 효율과 평등이라는 정책 철학에서부터 감세,공기업 개혁,국토균형발전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창의성을 살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거래세를 줄여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현재의 수급 상황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기본적으로는 서민경제를 살려야 하고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MB정부 6개월 평가

△사회=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박 의장=과거에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에 대해 아마추어 정부라고 얘기했는데 이명박 정부 6개월은 견습정부,인턴정부 수준이었다. 경제,외교,남북문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풀린 게 없다. 특히 경제문제에 대해선 물가인상 때문에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이 외환위기 직후 수준이어서 실망감이 클 것이다.

△임 의장=지난 6개월은 과거 정부 10년의 정책 기조를 고칠 건 고치고,유지할 건 유지하고,폐기할 건 폐기하는 등 정책을 가다듬는 기간이었다. 그 판단의 기준은 정부보다는 민간,더 나아가 시장이 경제문제 해결에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성적표가 좋지 않다.

△임 의장=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례적인 고유가가 이어졌고 내부적으론 정권이 바뀐 후 정책 추진에 있어 많은 정치적인 반대와 극렬한 저항이 있었다. 특히 아주 수리하기 어렵도록 (전 정권이) 대못질을 해놓은 분야가 많다. 이는 근간에 관련된 문제이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수리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장기적으로 고쳐나갈 계획이다.

△사회=야당은 무리해서 7% 경제성장률을 밀어붙이다 부작용이 생겼다는 입장인데.

△임 의장=당장 7% 성장을 이루겠다는 건 상당히 무리라는 것을 누차 인정했다. 747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목표로 해야 할 비전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런 토대는 확실히 마련해야겠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봐달라.

△박 의장=대외 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도 컸다. 유가나 국제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오름세였는데 고환율 정책을 썼다. 대못질 말씀하시는데 새 정권이 지향하는 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ABR(Anything but 노무현·참여정부 정책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닌가. 남북문제의 경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기본 골격을 유지했다면 베이징올림픽에도 남북 선수들이 개성을 통해 함께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 투자 확대

△사회=지난 10년간 규제가 늘고 노사갈등이 심화돼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성장잠재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박 의장=지난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하지 않아서 투자를 안 했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기업 유보금이 700조원이다.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재벌 총수들이 투자를 얼마 늘리고 고용을 얼마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되지 않고 있다.

△사회=그렇다면 대안은.

△박 의장=규제 완화가 필요하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소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

△임 의장=근본적인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자.왜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가. 규제가 많아서? 적절한 수익모델이 없어서? 기본적으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부가 틀을 정해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만 지원받을 수 있었다. 정부 만능으로 해왔던 걸 시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초기에는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할 여지가 많아져 조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그 속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경쟁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박 의장=민주당도 시장경제를 존중한다. 다만 따뜻한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우리하고 근본적인 철학에 차이가 있다. 너무 효율에만 집착한다. 또 김대중 정부의 경우 정보기술(IT)산업이라는 신성장산업이 있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4700만 국민들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께서 최근 '녹색성장'을 말했는데 너무 준비 없이 원칙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일자리 창출

△사회=고용사정이 최악인데 해법을 어디서 찾고 있나.

△임 의장=고용문제는 두 가지로 본다. 고학력자 증가에 따른 일자리의 '미스매치'와 고용 없는 성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에서만 고용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청년들을 해외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그 원인을 다단계 먹이사슬 구조로 보고 있다. 가령 망 사업자가 이익을 많이 가져가 그 망을 활용하는 콘텐츠 제작사들은 다 죽는다.

그런 먹이사슬이 곳곳에 있어 정작 부가가치를 만드는 업체의 이익은 떨어진다. 문제는 고용의 경우 콘텐츠 제작사 같은 업체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 등 잠재적인 인력이 새로운 것을 해보고 상품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계획이다. 이른바 1인 창조기업이다. 1인 기업의 법적 요건을 만들어 개인이 제한된 책임 속에 기업을 운영하고 그 아이디어를 국가가 사주거나 수요자와 연결해 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뉴 크리에이티브,즉 신창조기업이다. 해외에서는 영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박 의장='9988'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중소기업이 88%의 고용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먹이사슬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프렌들리다. 그런 부당한 계약 같은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공정거래위인데 대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만 골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임 의장=그렇지 않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카드사가 중소상공인들과 거래하는 것을 보면 원래는 개인에게 수수료를 매겨야 하는데 가맹점을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 위원장이 그 문제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

◆감세 정책

△사회=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감세에 부정적이지만 최근엔 나름대로의 감세 정책도 내놓은 것으로 안다.

△박 의장=물가안정을 위해 부가세율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물가나 공공요금을 동결해 감세 효과를 서민들에게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사회=임 의장은 이를 '곳간을 비우는 정책'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임 의장=물가에 자극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유가다. 유가 이외에는 큰 자극요인이 없다. 부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분(유가)에서 생긴 문제를 일반적으로 다뤄 모든 물품에 대한 부가세를 낮추는 게 과연 맞는 것이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박 의장=유가가 가장 큰 요인인데 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써 물가상승을 부추겼다. 부가세를 인하하면 생필품을 사는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자영업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결국 자영업자,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임 의장=생필품 가격은 품목별 접근이 가능한 관세나 수급 조절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부가세를 몇 % 내린다고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물건값을 내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마 1~2% 내리는 데 그칠 것이다. 그래서 곳간을 비우는 정책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박 의장=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감세 정책은 위험하다. 유가대책만 봐도 ℓ당 1800원으로 예상하고 세운 대책인데 벌써 유가가 급락했다. 이렇게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감세를 하면 재정기반을 약화시킬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국공채를 발행할 것이고 금리 인상,투자부진,소득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 의장=조세도 국제경쟁력의 한 요인이다. 세금을 분노하면서 내게 하면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없다. 이제 국가가 대규모 재원을 동원해 경제를 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과 창의는 돈이 들지 않는다. 세금은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위한 기본적인 재정수요만 충당하면 된다. 최근 법인세나 부가세가 걷히는 것을 보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인데도 오히려 늘고 있다. 그만큼 세원이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투명하지 않았을 때 만들었던 세율이기 때문에 과표가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는 게 맞다.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금리가 오르게 될 것이란 우려는 무리한 정책을 쓸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인데 한나라당은 그런 무리한 정책을 쓸 리가 없다.

< 사회 = 김형배 정치부장ㆍ김정호 경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