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1932~2006년),김환기(1913~1974년),유영국(1916~2002년),문승근(1947~1982년)과 김창열(78),정상화(76),이우환(72),오치균(52)씨 등 한국 현대미술 인기작가 8명의 작품을 서울 강남 신사동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국내 메이저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신사동 로데오거리에 지하 1층,지상 3층(전시면적 1500㎡) 규모의 '갤러리현대 강남'을 내고 특별전을 펼친다.

다음 달 3일 개막되는 이 전시회에는 200호에 달하는 김환기 화백의 색면 추상화 '무제'를 비롯해 이우환의 150호 크기 1980년작 '선으로부터',오치균의 '산타페'시리즈,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작품,김창열의 '물방울'시리즈 등 현대미술의 반세기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80여점이 출품된다. 국내 최고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미술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데다 독특한 기획과 설치미를 맛볼 수 있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시 공간도 작가와 작품의 특성에 따라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 김환기 유영국 화백의 작품으로 구성한 '한국 추상미술 1세대'전,'백남준&김창열'전,정상화ㆍ이우환ㆍ문승근 화백 등 3명이 참여하는 '단색화'전,50대 스타작가 오치균씨의 '산타페'전 등 4개의 섹션으로 나누었다.

1층 전시장은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인 김환기와 유영국 화백의 1960~1970년대 작품 30여점으로 꾸몄다. 한국의 정서가 담긴 자연을 아름답고 간결하게 재해석한 점,선,면 등의 순수 조형 요소를 기본으로 색채의 울림을 전달하는 추상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김 화백이 1974년 뇌출혈로 뉴욕에서 세상을 뜨기 전에 그린 1972년작 '무제'는 붉은 색조와 청색이 자유롭게 배치된 색점 추상화.정제된 색감의 화려함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유 화백의 1975년작 '일월도' 역시 빽빽하게 채워진 오방색에 관조와 사유의 이미지를 담아낸 작품.회화적인 질감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잘 짜여진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장 2층에는 세계를 무대로 한국미술의 위상을 떨친 '김창열&백남준'전과 1970년대 일본에서 활동했던 정상화·이우환·문승근 화백의 '단색화'전이 마련된다. 백남준 선생이 1996년에 제작한 비디오설치 작품 'TV는 키치다',유화 '가고파' 등 10여점을 비롯해 김 화백의 '물방울'시리즈 15점,정상화ㆍ이우환ㆍ문승근 화백의 단색조 추상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 도입기에 서양미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양의 미학적 세계를 극복하고 자기화의 과정을 튼실하게 보여준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밖에 지하 1층 전시장에 마련된 50대 스타작가 오치균의 '산타페'전에는 지난 10년간 작업한 '산타페'시리즈 대작 35점이 걸렸다. 따뜻한 황토색 미감의 정제된 아름다움이 그만의 특유한 향취를 자아낸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국내 관람객과 컬렉터들에게 현재 국내외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대작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미술계의 문화적 수준과 경쟁력이 전 세계 어느 화랑에도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28일까지.(02)519-0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