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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제자리 맴도는 '천수답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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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폭등으로 나라 살림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민간 10부제 강제시행 등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 "유류탄력세율 인하와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유가급등에 대응키로 했다." "에너지 소비구조를 다원화해 국제유가 추이만 바라보는 경제시스템을 개혁하기로 했다."

    최근 읽은 신문 기사 같지만 사실은 모두 8년 전 뉴스들이다. 배럴당 25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30달러로 높아졌다고 온 나라에 난리가 났었다. 이한동 국무총리,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번갈아 가며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시도 때도 없이 열었다. 에너지 절약운동을 해야 한다느니,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느니,내년 거시경제 목표를 바꿔야 한다느니 하는 대책들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2000년 9월의 이 뉴스들은 2003년 1월에도 '한국 경제 초비상' '컨틴전시플랜 수립' 등의 제목으로 각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140달러로 치솟는 상황까지 갔던 지금의 눈으로 보면 한편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돌고돌아 결국 제자리로 오고 만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2008년 이 여름의 '고유가 비상사태'가 미래의 데자뷰로 전락할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선까지 떨어지고,ℓ당 2000원을 뛰어넘었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1700원대로 낮아지자 위기의식이 확실히 희박해졌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바꾸자고 했던 약속은 하루가 다르게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

    '2003년판 고유가 대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한 공직자를 최근 만났다. 국민들한테 고유가 충격이 덜 가도록 노력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보면 '나쁜 정책'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환율을 끌어 내리고 세금을 대폭 깎아 소비자 가격 인상률을 최소화해주는 바람에 국민들도,정부도 심각성을 잘 못 느끼고 넘어갔다는 얘기였다. '2008년판 고유가 대책'이 몇 년 후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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