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하락에 국내 증시가 다시 미끄러지고 있다. 안정 국면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올들어 8월19일까지 27% 하락해 코스피 하락률 18%를 웃돌고 있다.

20일에도 하락폭이 점점 커지며 5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500선을 깨고 내려간다 해도 추가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코스닥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상실'이라는 지적이다.

그간 코스닥은 일부 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부실한 실적, 공시위반, 지나치게 단발적인 테마 형성 등으로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올해도 반기보고서상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기업들이 나왔지만 결국 대부분이 퇴출을 모면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글로벌 경기둔화를 꼽을 수 있다.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는 코스피 업체에게도 골칫거리지만, ‘성장성’ 시장인 코스닥에겐 더 큰 타격이라는 것.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부품업체가 대부분인데, 글로벌 성장이 꺾이면서 완성제품 업체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성품 업체가 반등을 보이더라도 추세적인 흐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따라 오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면서 수급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0일 현재는 소폭 순매수하고 있지만 전일까지 7일 연속 매도 행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간헐적으로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NHN 등 대형주 하락도 시장 약세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NHN은 최근 언론관계법 개정 논의 여파로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20일에도 한때 14만5200원까지 내려가며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10%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위는 19일 5년 연속 적자를 내는 코스닥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코스닥 체질 개선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걷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인 투자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의 부진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부진과 이에 따른 투심 위축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투자자들의 입장을 생각한 당국의 감독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코스닥 상장업체의 자기정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