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20일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05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곧바로 달러를 팔며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개입 강도는 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1049원30전에 마감,전날보다 10전 내리는 데 그쳤다.

이날 정부의 달러 매도 규모는 8억달러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초 정부의 공격적 시장개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다. 당시 정부는 원ㆍ달러 환율이 지금과 비슷한 1050원 선에서 움직이자 하루에 60억~80억달러의 '달러 폭탄'을 쏟아낼 만큼 공격적 시장개입을 단행,원ㆍ달러 환율을 순식간에 세 자릿수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선 이날 정부의 시장개입을 '1050원 사수용'이라기보다 '속도조절용'으로 보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50원을 지키겠다'는 뜻이라기보다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것은 막되 특정 레벨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2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썼는데도 원ㆍ달러 환율이 결국 1050원선 근처까지 오르면서 정부로서도 공격적 시장개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그동안의 시장개입으로 외환보유액 중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세미나에서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급작스러운 변동이 있는지 (정부가) 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환율 급등기에 '쏠림현상'을 언급하던 것과 비교하면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 환율 방향성 자체는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다만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것은 걱정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원유 등 원자재값 하락으로 다소 안정을 되찾고는 있지만 환율이 급등할 경우 물가불안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용석/차기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