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철 평행봉 銀…中체조 9개종목 싹쓸이


'평행봉의 달인' 유원철(24·포스코건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유원철은 19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평행봉 결승전에서 16.250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눈앞에 뒀으나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중국의 리샤오펑(27)이 16.450점을 얻는 바람에 아쉽게 1위를 내줬다.

지난 9일 단체전 예선에서 16.150점을 얻어 4위로 결선에 오른 유원철은 이날 출전 선수 8명 중 여섯 번째로 연기에 나섰다. 이전까지 최고 점수는 안톤 포킨(우즈베키스탄)이 얻은 16.200점.8명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7.000짜리 연기로 시작한 유원철은 평행봉 양 끝을 오가며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펼쳤다. 공중 회전 동작 후 봉 양쪽에 팔을 걸치는 동작에서 한치의 실수도 범하지 않았고 물구나무를 설 때도 몸이 일자로 펴졌다. 평행봉을 떠나 몸을 세 바퀴 돌며 무난하게 매트에 착지한 그는 '해냈다'는 자신감에 양팔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유원철은 기술점수(B점수)에서 0.750점이 깎인 9.250점을 받았고 합계 16.250을 얻었다.

그러나 리샤오펑의 기량은 역시 대단했다. 관중의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리샤오펑은 난이도에서 유원철보다 0.100점 낮은 6.900점짜리 연기를 펼쳤다. 문제는 숙련도와 완성도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리샤오펑은 8년 만에 다시 출전한 평행봉에서 유연하고 날렵한 동작으로 연기 내내 시선을 끌어모았다.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연기가 이어졌고 착지도 완벽했다. 기술점수에서 깎인 것은 불과 0.450점.결국 16.450점을 획득,유원철을 제치고 단상의 주인공이 됐다.

유원철은 "리샤오펑은 충분히 금메달을 받을 만했다"며 패배를 인정하면서 "그동안 못 먹었던 술을 마시고 싶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 평행봉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산중학교 2학년 때부터 평행봉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원철은 경남체고 시절 종별대회 평행봉을 도맡아 우승했다. 200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평행봉에서 동메달을 땄고,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날 16.100점을 받아 예선을 6위로 통과한 양태영(28·포스코건설)은 여러 차례의 실수로 7위에 머물렀다.

한편 중국은 금메달 14개가 걸린 남녀 기계체조에서 무려 9개 종목을 석권했다. 중국은 남자부에 걸린 8개 메달 중 뜀틀을 제외한 단체전,개인종합,마루운동,안마,링,평행봉,철봉 등 7개 종목을 휩쓸었고 여자부에서도 단체전과 이단평행봉 등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보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