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림픽 출전이 내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많은 것을 배운 만큼 만족스럽습니다. "

베이징올림픽 여자 카누에 사상 처음으로 자력 출전한 이순자(30·전북체육회·사진)는 예선에서 탈락한 후 눈물을 글썽였다. 그동안의 고생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순자는 19일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카누 1인승(K-1) 500m 예선에서 1분58초140의 기록으로 전체 8명 중 최하위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7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젖 먹던 힘까지 짜 냈지만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출발이 늦은 편이었던 이순자는 시작하자마자 50m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꼴찌로 처졌다. 경주가 진행될수록 선두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옆 레인에서 달리던 7위 줄마레스 산체스(베네수엘라)를 따라잡는 듯했지만 그마저 결승점 100m가량을 남겨놓은 지점에서 놓쳐 버렸다. 결승점에 도착한 것은 1위 카트린 바그너(독일)가 들어온 지 10여 초가 지난 뒤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순자는 "끝나서 후련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여자 카누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선수단에 포함된 이순자는 베이징에 온 뒤 열악한 여건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헝가리인 코치가 있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통역조차 없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다른 종목 선수단이 동료 선수들 및 코칭 스태프와 함께 생활하며 경기에 모든 것을 맞추는 동안 이순자는 밥 먹는 일에서부터 배를 빌려 자신에게 맞게 수리하는 일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다.

이순자는 "말 못할 정도로 외로웠고 힘들었지만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했다"며 "처음 따 낸 올림픽 출전권에 자부심도 느끼고 여기까지 온 것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