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우리 부부가 한국-중국 수교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없어도 유명한 운동 선수끼리 좋아하는 게 양국이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계기는 된 것 같습니다"
원조 `한.중 핑퐁커플'인 안재형(43) KBS 탁구 해설위원과 자오즈민(45)은 2008 베이징올림픽이 누구보다 특별하게 느껴진다.

안재형 부부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전인 1989년 12월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사랑이 열매를 맺은 지 벌써 20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안재형 부부는 1984년 파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느낀 뒤 5년여 힘든 과정을 거쳐 결혼에 골인했고 오랜 만에 베이징을 찾았다.

안재형이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고 사업가 자오즈민은 보조 해설자로 나선 것.
안재형은 자오즈민과 사귀던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한국 대표팀에서 유남규, 김완과 함께 중국을 꺾고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녹색테이블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다.

당시 안재형은 사상 첫 일본전 승리에 앞장섰고 중국전에선 게임스코어 4-4 균형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서 후이준을 2-1로 꺾어 금메달을 따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대회 단식 챔피언 유남규가 3전 전패를 한 반면 안재형은 3전 전승을 올렸다.

그러나 안재형은 1989년 12월 결혼과 함께 테이블을 떠나 중국 안방에서 개최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만리장성을 허무는 우승 감격을 함께 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톈안먼 사태'를 접했던 1989년 6월이 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베이징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당시 살벌한 분위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1992년 한.중 수교로 적성국이던 `중공'은 `중국'으로 바뀌었고 올림픽을 유치한 뒤에는 1년에 한 번꼴로 찾는 베이징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데 놀랐다.

안재형은 "당시 내가 아내와 사귀는 걸 선수들이 알고 있었고 현정화가 사촌형부인 박철언 장관에게 얘기했던 것 같다"면서 "달라진 베이징을 보니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자 단체 준결승 때 한국이 중국에 0-3으로 진 것에 대해 "중국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했다.

상은이가 마린을 첫 게임 접전에서 잡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모바일방송.콘텐츠 전문기업 ㈜옴니텔의 중국 현지법인 옴니텔 차이나의 대표인 자오즈민은 중국 관영 CCTV의 전담 해설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사업 관계로 바쁘다.

자오즈민은 여자 단체전 한국-일본 경기 때는 남편과 깜짝 해설을 하기도 했다.

경기 전 "한국도 결승에 함께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자오즈민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에이스 역할을 한 당예서(대한항공)가 귀화해 태극마크를 다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

둘은 개인전을 모두 본 뒤 24일 한국을 거쳐 아들 병훈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베이징=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