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샹에게 13억이 당했다. '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에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중국의 영웅 류샹(25·사진)이 18일 부상으로 예선전에서 기권하자 중국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중국 CCTV는 헬리콥터까지 띄워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시나닷컴 등 중국의 인터넷 포털에는 '울고 싶다''안타깝다''부상에서 빠른 회복을 바란다''그래도 당신은 영웅' 등과 같은 격려의 글도 실렸지만 '지옥에 가라''국가영웅=도망병' 등 격렬한 비난도 이어졌다. '큰소리 치고 돈을 많이 번 류샹의 묘수''그많은 광고에는 왜 고통의 표정이 없었나' 등 비꼬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류샹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나이키와 비자카드도 황당해하기는 마찬가지.이날 류샹이 기권한 예선전을 생중계한 베이징TV에선 예선전이 치러진 직후 나이키 옷과 신발을 신은 류샹이 달리면서 'JUST DO IT'라는 카피가 등장하는 나이키 광고가 그대로 나갔다.

한편 류샹의 경기 포기는 이미 예정됐던 일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류샹의 자서전 집필자이자 해방일보(解放日報) 스포츠 담당 기자인 장웨이는 18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류샹이 지난 16일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발 부상에 대해 얘기를 했다"며 "하지만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었다"고 밝혔다. 장웨이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류샹이 금메달을 딴 이후 자서전 작가로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