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여자 체조 도마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옥산나 추소비티나(33·독일)는 '아줌마 체조선수'로 불린다. 체조를 하기엔 한참 지난 나이지만 추소비티나는 베이징에서 여자 체조 선수로는 사상 첫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그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세 차례나 국적을 달리해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1988년 옛 소련 주니어대표팀에 뽑힌 뒤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독립국가연합 소속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나갔다. 1996 애틀랜타,2000년 시드니,2004년 아테네대회 때는 고국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출전했고 이번에는 독일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

1997년 결혼한 그는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이를 치료하기 위해 2002년 독일로 이주했다. 2006년 독일 국적을 취득한 추소비티나는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로 현역을 떠나지 못했다. 힘겨운 삶을 지탱해 온 덕분인지 그는 혹독하게 연습에 매달렸고 기량은 전혀 줄지 않았다. 아직 그를 따라갈 선수가 없기에 독일에서도 그가 은퇴하도록 두지 않는다. 지금도 실력이 통한다는 건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입증됐다.

추소비티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를 비롯해 총 18개의 메달을 따낸 옛 소련 체조스타 라리사 라티니나와 더불어 '엄마'가 돼서도 잘하는 몇 안되는 선수로 꼽힌다. 올림픽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메달이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더 많은 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에서만 금메달 3개,은메달 2개,동메달 4개 등 총 9개를 획득해 역대 여자 선수 한 종목 최다 메달 기록을 보유 중이다.

한편 이날 도마 결승에서는 북한의 홍은정(19·평양시 체육단)이 우승,북한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홍은정은 1·2차 합계 15.650점을 획득,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한 최강 청페이(중국·15.562점)를 제쳤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