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이 지난 16일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최중량급(+75㎏) 경기에서 인상 140㎏과 용상 186㎏을 들어올려 합계 326㎏을 기록,277㎏을 든 올하 코로브카(우크라이나)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모두 다섯 차례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장미란은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주인공이 됐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지난 13일 남자 77㎏급 사재혁(23ㆍ강원도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 역도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역도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전병관이 금메달을 딴 지 16년 만에 남녀 한 명씩 두 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장미란이 이번에 다른 선수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금메달을 딴 데는 뛰어난 재능과 체계적 훈련,스포츠 과학의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역도는 단순히 힘만 기르면 되는 종목같지만 첨단 스포츠 과학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연구원들은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장미란이 바벨을 들 때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과학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장미란의 근육 활동을 분석한 결과 다리 근육의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장미란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자꾸 오른 다리를 뒤로 빼는 잘못된 습관을 발견한 것.

문영진 생체역학 연구원은 "장미란이 바벨을 들어올릴 때 오른 다리를 뒤로 10㎝ 정도 빼는 것은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생긴 버릇"이라며 "잘못된 동작을 바꾼다면 당시 세계기록보다 최소 10㎏을 더 들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KISS와 역도대표팀은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잘못된 동작을 고쳐나갔다. 초반에는 좌우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지만 장미란은 1년여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안정을 되찾았고 3차원 척추 운동기구를 이용해 앞뒤ㆍ좌우 근육의 완벽한 균형을 잡아내기에 이르렀다.

역도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스포츠 과학의 도움없이는 금메달을 일궈낼 수 없는 시기가 됐다. 한국수영의 '희망' 박태환(19ㆍ단국대)이 KISS의 협조를 받아 실시한 스텝테스트,여자핸드볼팀이 원용한 퀵퀵테스트도 모두 선수들의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파워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