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수,98마일까지 나오네요!'

미국 메이저리그 TV 중계를 보면 투구속도를 ㎞ 대신 마일로 잰다. 골프에서도 비거리 단위로 야드를 쓰고 원유는 배럴로,옥수수 등 곡물은 부셸로 잰다. 미터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어림짐작도 안 되는 이런 단위들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두산세계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마일(1mile=1.6093㎞)은 라틴어 'Mille'(1000)가 어원으로,로마시대 행군 단위인 '1000 더블페이스'에서 나왔다.

더블페이스는 양발을 한번씩 뻗은 2보 거리(약 1.6m)를 뜻한다. 야드(1yard=91.44㎝)는 12세기 영국 헨리 1세가 팔을 뻗었을 때 코 끝에서 엄지손가락 끝까지 길이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가장 짧은 단위인 인치(1inch=2.54㎝)는 엄지손가락 폭에서 나왔다. 12인치가 1피트(feet=30.48㎝),1야드는 3피트이며,1마일은 1760야드이다.

석유 단위인 배럴(1barrel=158.9ℓ)의 어원은 나무통이다. 배럴은 19세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생산한 원유를 수송할 때 나무통을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부셸(1bushel=27.216㎏)은 15세기 영국에서 곡식 부피를 재는 단위로 출발했는데,요즘은 곡물 부피뿐 아니라 무게를 잴 때도 사용한다. 5세기부터 유럽에서 면적 단위로 쓰인 '에이커'(1Acre=4046㎡)는 말 한 마리가 하루 동안 경작하는 면적을 뜻한다.

이들 단위는 모두 영국식 '야드-파운드법'의 관용 단위로,미터법이 법정 계량단위인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

이세광 기술표준원 계량측정제도과장은 "배럴이나 다이아몬드의 '캐럿'(1carrat=205㎎)처럼 국제 상거래에서 통용되는 특수 단위들이 일부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나머지는 사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