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동안에 아이는 백혈병에,아내는 폐결핵에,자신은 위암에 잇달아 걸렸다면 어떻게 할까. 그것도 삶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져 놓은 상황이 아니라 '구멍가게'를 막 창업한 30대 초반이라면….

서울 성수2동에서 자동제어 분야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여의시스템의 성명기 대표(54·사진)는 이런 시련을 딛고 직원 80여명,연 매출액 200억원대의 우량 중소기업을 일군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성 대표가 3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컴퓨터를 조립·판매하는 여의마이컴(여의시스템의 전신)을 창업한 것은 1983년.서울 여의도에 4.95㎡(1.5평) 규모의 가게를 얻어 일을 시작한 이듬해 세 살짜리 아들이 백혈병에 걸렸다.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아이의 병세가 다소 호전될 무렵 이번에는 둘째아이 출산을 앞둔 부인이 폐결핵 판정을 받았다. 아이의 병간호를 하느라 오랫동안 무리한 탓이었다.

"아이와 아내를 돌보느라 회사는 적자가 계속됐죠.6개월여 만에 둘의 병세가 호전되자 이번에는 제가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해야 했고요. 융자를 얻어 장만한 아파트를 팔아 전셋집으로 옮기고 사무실도 값싼 곳으로 이전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도 나빠졌습니다. "

그러나 그는 "건강하기만 하면 무엇인들 하지 못하랴"며 다시 도전했고 가족 모두가 지옥 같은 병에서 벗어났다. 또 시련 가운데서도 기술개발에 열중했고 PC 판매에서 자동제어장치 개발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자신과 가족의 치료비로 인한 손실을 6년 만에 메웠고 1991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한 후에는 연 평균 50%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도 적자를 내지 않았을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공장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수주가 급감해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는 위기에 직면했을 땐 인력감축 대신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팀별 경쟁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위기를 돌파했다. 매출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수익이 평균 60% 이상 성장했다.

"비록 내가 만들었지만 회사는 내 것이 아니죠.그래도 사장은 회사에서 월급과 인센티브와 주식배당금을 가장 많이 받고 차도 가장 좋은 걸 타고 다니잖아요. 게다가 보석 같은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

대학 시절부터 암벽타기와 여행을 즐겨 온 성 대표는 "인생에서 어려움에 닥칠 때마다 암벽등반과 여행에서 어려웠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는다"며 "우리 삶이 어떤 모습이든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인생이란 늘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한다. 성 대표는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도전-CEO 성명기의 인생과 기업 이야기≫(휴먼앤북스)에 담아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