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서 슈퍼 리치들은 유망한 재테크 수단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매수 추천이 잇따르고 있는 '그린 백(Green Back)'에 주목하고 있다. 그린 백은 투자 관점에서 미국 달러화의 별칭이다.

최근 메릴린치가 월가에서 활동하는 193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가치가 많이 오를 통화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의 63%가 미국 달러화를 꼽았다. 반면 엔화와 유로화가 될 것이라는 펀드매니저는 각각 14%,9%에 불과했다. 오히려 앞으로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질 통화로 유로화를 꼽은 펀드매니저가 무려 68%에 달했다.

실제로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엔대에 진입했고 달러ㆍ유로 환율은 유로당 1.50달러 선이 붕괴됐다. 엔화,유로화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인플레 안정 차원에서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해 달러 약세(자국 통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추천한 대로 그린 백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달러 강세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부터 점검해야 한다.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보다는 일본과 유럽 측 요인에 따른 반사적인 성격이 짙다. 올 2분기 기준으로 미국은 어렵더라도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일본과 유럽은 각각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그 나라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란 차원에서 보면 달러 강세가 이어지려면 미국의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가 받쳐줘야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달러 강세는 일본과 유럽의 경기 모습에 따라 언제든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본과 유럽의 경기 부진이 주요인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달러 가치는 등락 속에 추세적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리치들이 여름 휴가를 끝내고 새로운 투자 대상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매수 추천이 잇따르고 있는 그린 백에 주목하고 있으나 막상 매입에는 주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개인들에게는 외형상으로 이익이 많이 난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이익이 적은 이른바 '재테크의 착시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 환테크다.

최근 우리 투자자들 사이에도 주식,부동산 등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이 부진함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들 자주 얘기한다. 또 올 상반기에 많이 사들였던 금도 최근 들어서는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그린 백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린 백 투자는 착시 현상이 많고,그린 백 투자로 원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인플레 안정에 고심하고 있는 정책당국이나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공공선을 발휘하는 보다 큰 안목에서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그린 백 투자는 자제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