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에서 한국 사격에 16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진종오는 감기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역경을 기회로 만들었다.

12일 중국 베이징 사격관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에서 북한의 김정수, 중국의 탄종량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한 진종오는 곧바로 베이징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금메달을 따기까지 사정을 상세히 전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뒤 감기에 걸린 진종오는 도핑 때문에 약도 못 먹고 고생했지만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그래서 집중을 더 잘한 것 같다.

전날 10m 공기권총을 할 때부터 기침을 했는데 약을 못 먹으니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소감을 묻자 "정신 없었다.

감독님이 갑자기 일어나서 1등이라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금메달을 따면 이런 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겠다.

그냥 축하만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변경수 사격 대표팀 총감독은 "원래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삼았는데 첫날부터 게임이 잘 안풀렸다.

오늘 겨우 하나 건졌고 15일, 17일에 두번 남았는데 최선을 다해 목표를 꼭 채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종오와 일문일답.

--마지막에 8.2점을 쏘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결승전 내내 내가 1등이라는 생각은 안했다. 8.2점을 쏘았을 때 메달권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실수는 생각나지 않았나.

▲다 잊었다. 결승을 하면서 또 실수를 했다면 똑같은 실수 반복했다고 할까 봐 집중해서 사격했다. 마지막 발을 쏘기까지 계속 긴장했고 실수 안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문제는 그렇게 긴장했다는 점이다.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효과는 있나.

▲많이 봤다. 열심히 하고 싶었고 신경 쓰이는 부분을 줄이려 깎았다. 마음가짐을 다르게 먹게 되고 여름이다 보니 간편한 것 같다.

--부인이 와서 응원해줬는데.

▲아내 뿐 아니라 이연택 체육회장님 등이 응원을 와주셔서 큰 힘이 됐고 집중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10m 공기권총 경기 이후 5분 가량 얼굴 보고 아직 못봤다. 서로 '고생했다. 고맙다'는 얘기를 나눴다.

--어려웠던 점은.


▲대표선수가 이런 얘기를 해서 될 지 모르겠지만 태릉사격장 문제가 있다. 대표 선수가 지방(전북 임실)에서 합숙한다. 가족과 한 달 에 한번 밖에 못 보기 때문에 많이 미안하다. 나 뿐만 아니라 대표선수 모두의 문제다. 중국 사격장을 모두 보셨을테지만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배워야 할 점이 많다. 태릉사격장은 낙후된 시설인데 그것마저 없애려 하니 선수들은 많이 안타깝다.

--훈련이 지루함과 싸움이라고 들었다.

▲매일 반복되니 사람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새로운 훈련 방법을 내놓으신다.

--마인드컨트롤은 어떻게 하나.

▲특별히 하는 것은 없고 사격을 할 때 만큼은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취미생활을 할 때는 사격을 잊고 취미에만 몰입한다.

--아테네 은메달 이후 훈련량을 늘렸다는데 다친 어깨에 대한 부담은 없나.

▲고교 때보다 훈련량은 많이 줄었다.

사고 이후 어깨에 무리가 있어서 훈련을 많이 못하는 편이다.

하루에 몇 발을 쏘는 게 중요하지 않고 단 한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김정수와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오늘은 정수 형이 별로 말을 안하더라. 어제는 수고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내가 말을 안 걸었다.

시상대 올라갈 때 얼굴이 굳어있기에 좀 웃으라고 말했다.

선수촌 식당에서 만나면 인사하고 아는 척을 한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봤는데 4∼5차례 대결했다.

서로 번갈아가며 메달을 가져간 것 같다.

--이제 전성기인데 앞으로 목표는.

▲내가 만족할 만한 기록을 쏠 때까지 계속 사격을 할 것이다.

세계 기록을 쏘면 좋을 것 같다.

(베이징=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