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남자 자유형 200m 아시아 최초로 메달
하루만에 1.14초나 앞당겨…런던올림픽 금빛 기대



박태환이 수영 단거리 경기에서도 세계 정상급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형 100m에서는 아직 세계 기록과 차이가 있지만 막판 스퍼트로 레이스를 뒤집을 수 있는 200m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2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스타트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박태환은 0.67초의 가장 빠른 출발 반응을 보이며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전날 준결승을 2위로 통과,5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태환은 4번의 밴더케이,6번의 펠프스 사이에서 힘차게 팔을 휘젓고 다리를 굴렀으나 전문 스프린터 선수가 아닌 탓에 초반에는 밀렸다.

처음 50m 지점 턴을 할 때 펠프스가 24초31을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나간 반면 박태환은 24초91로 3위였다. 하지만 이후 박태환은 힘을 내 100m 지점에서 2위 자리를 되찾았다. 펠프스는 훌쩍 앞서나가며 50초29로 돌았고 박태환이 51초54로 뒤를 이었다. 턴을 한 뒤로 펠프스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은메달이냐 동메달이냐의 싸움이었다. 150m 지점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밴더케이가 맹추격하며 따라온 것.박태환이 1분18초68로 턴을 했지만 밴더케이는 이보다 0.07초 빠른 1분18초61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태환에게는 막판 스퍼트가 있었다. 0.07초 정도는 문제없이 따라잡을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휘젓는 좌우 스트로크에 맞춰 상체는 수면 위로 떠올랐고 금세 밴더케이를 앞질러 앞으로 나아갔다. 골인을 15m가량 남겨 두고 밴더케이는 머리 하나 차이로 쫓아왔지만 박태환은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은빛 터치패드를 힘차게 두드렸다.

장거리 자유형 전문인 박태환이 단거리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은 2년 전이다. 2006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 처음 정규코스(50m) 국제대회에 나선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1분47초51에 물살을 갈라 은메달을 따내면서 동시에 장린(중국)의 아시아기록마저 넘어섰다. 같은 해 말 열린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자유형 200m 아시아기록을 더 줄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자유형 100m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하며 단거리에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박태환은 멈추지 않았다.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 기록으로 우승한 마이클 펠프스(미국),자유형 100m 세계기록 보유자 피터 판덴 호헨반트(네덜란드)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같은 해 10월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박태환은 한국 수영의 역사를 창조했다. 자유형 100m에서 44년 만에 50초 벽을 무너뜨린 것.기록은 49초32.1963년 김봉조 전 수영대표팀 감독이 59초10을 기록하며 1분의 견고한 벽을 넘어선 이후 10초를 더 줄여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자유형 100m는 세계 기록이 47초대 초반이기 때문에 아직 2초가 모자란다. 하지만 자유형 200m의 경우 단거리에 속하지만 초반에 힘 조절이 필요하고 막판 스퍼트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