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PF 대출을 받은 건설사들의 연간 이자부담이 1300억원 정도 증가하는 셈이어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건설사들의 부도 발생과 이에 따른 금융사들의 연체율 급등이 우려된다.

1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저축은행들은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분 등을 반영해 조만간 PF 대출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대형 저축은행들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금리 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PF 대출은 90% 이상이 고정금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연 9~12% 사이다. 상환기간은 대부분 1년에서 1년반 정도다. 상환기간 내 돈을 갚지 못하면 원금의 20~30%를 우선 상환하는 조건으로 만기연장 계약을 하는데,이때 기준금리 인상폭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조달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연 10~11%였던 PF 대출 금리를 올 들어 연 11~12%로 올렸는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됨에 따라 앞으로 신규 계약하거나 재계약하는 업체들에 연 12~13%의 금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PF 대출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 저축은행들은 신규계약이나 만기연장시 내는 수수료(원금의 1~3%)를 올릴 방침이다. 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수수료 인상분만큼 돈을 빌린 사람들의 자금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금리인상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잔액을 12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평균 금리를 연 11%라고 가정하면 건설사들은 연간 1조3640억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1360억원 정도가 추가돼 이자부담은 1조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예컨대 지난해 말 B저축은행에서 80억원을 대출 받은 한 시행사의 경우 매달 6000만원(연 9%)을 이자로 지급하고 있는데,B저축은행은 이 시행사가 올 하반기 만기연장계약을 원할 경우 추가로 월 660만원을 더 부담시킬 예정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당황해 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은 사업비가 수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PF를 통하지 않고서는 자금 마련이 힘들어 대부분 건설업체가 금리인상 직격탄을 맞는다"며 "그렇지 않아도 연쇄부도설이 끊이지 않는 등 분위기가 사나운 마당에 대형 악재가 겹치게 됐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이 잘 되지 않는 데다 원자재값마저 급등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어서 금리인상 후풍폭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금리가 인상되지만 저축은행들은 고정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폭을 한꺼번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수신금리가 1%포인트가량 오른 데다 기준금리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0.3~0.6%포인트 올린 것도 대출 금리 인상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태훈/박종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