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라디오 DJ, 광고대행사 CEO, 화가, 색소폰 연주자, 클래식 공연 해설자, 고등학교 총동문회장, 난치병 어린이 돕기 재단의 한국 후원회장….
강석우(51)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이처럼 다양하다.

1978년 영화 '여수'로 데뷔한 후 1982년 드라마 '보통 사람들'에서 준수하고 성실한 법대생 이강일 역으로 온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벌써 데뷔 30년을 맞았다.

연기자 생활 30년이면 '관리 모드'로 접어들 만한 시기지만 그는 요즘 오히려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7~8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요.하지만 이런 삶에 대해 감탄하는 분도 있어요.저는 제 나이에 이런 식의 인생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연기자가 아닌 모교인 세종고등학교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세종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올림픽 리듬체조 유망주 신수지 선수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면서다.

"총동문회장 관련 업무에 가장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지요.두 번 다시 하라면 못 할 정도입니다.1만8천 동문을 응집시켜야 할 시점이라는 말에 떠밀리다시피 회장직을 맡게 됐어요."

매일 오전에는 MBC 표준 FM '여성시대'를 통해 라디오 청취자를 만난다.

지난해 3월부터 마이크를 잡은 후 걸쭉한 입담이 매력적인 가수 양희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남성들의 속마음과 여성들의 고충을 잘 알게 됐습니다.다양한 사연들을 통해 서민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됐지요.그러면서 인생 앞에 겸손해졌고 여러 일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뭐니뭐니해도 연기다.

1978년 '여수' 이후 안성기, 이미숙과 호흡을 맞췄던 최인호 원작의 영화 '겨울 나그네'(1986)를 비롯, '두 여자의 집', '피아노가 있는 겨울' 등의 영화와 드라마 '아줌마',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 '영웅시대' 등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성장드라마 반올림'을 비롯해 일일극 '열아홉 순정', 아침드라마 '그대의 풍경' 등에서 편안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요즘은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구청장 김대구 역을 열연 중이다.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연기를 할 때는 갈등 구조가 없는 캐릭터를 고르게 됩니다.갈등이 강한 역을 맡게 되면 실제 생활에서도 그런 심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내년 2월 총동문회장 임기가 끝나고 일이 조금 정리가 되면 '아줌마'에서처럼 탄탄한 대본 아래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는 극중 김대구 역을 연기하며 요즘 정치 세태를 돌아본다고 말했다.

"김대구라는 사람은 '공직자의 모범답안' 같은 인물로 요즘 세태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한 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치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30년 동안 꾸준히 장수하며 활동할 수 있는 비결로는 "기교에 의존해서 연기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인생 자체를 진지하게 살면서 깊이 사색하면 그런 분위기가 저절로 연기에 묻어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강석우는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이다.

또 그림 솜씨도 지금까지 7~8회 가량 전시회를 열 정도로 상당하다.

그는 "9월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연다"며 "그림 전시회도 곧 열 계획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요즘 더욱 바빠졌다"고 말했다.

와중에 그는 또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국제 사회복지단체 메이크어위시의 한국재단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색소폰은 10년 가량 연주했고, 그림은 이제 5년 정도 했습니다.이제는 이런 여러 일들을 조금씩 완성해 나가면서 60~70대를 준비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