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 변경 및 소관 부처 조정을 핵심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민주당을 배제한 '부분 원 구성'의 첫걸음을 뗐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발끈하고 나서 원 구성 협상이 여야 간 정면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원 구성은 지체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라며 "한나라당 몫으로 배분된 상임위원장만이라도 뽑아 민생 현안 및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태 대표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좋은 국가의 무대(국회)를 외면하고 왜 이 여름에 길거리를 다니느냐"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국회를 부분 가동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한나라당은 11일 국회법 개정→상임위 구성→상임위원장 선출의 순으로 진행되는 원 구성의 첫번째 과정을 시작한다. 이어 조만간 국회법 개정 특위를 개최,개정안을 처리하는 등 원 구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내주 초반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64개 민생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더이상 민주당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본격적으로 '마이 웨이'를 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야3당 합동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완전히 공룡로봇 정당으로 전락했다. 양당 대표가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한 내용도 청와대 전화 한통으로 백지화했다"고 한나라당을 비난한 뒤 "5ㆍ6공 국회로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야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데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단독 원 구성은 자제해야 한다'는 온건론이 만만치 않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