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개막된 8일 베이징 시민들은 100년의 꿈이 실현됐다며 하루종일 흥분과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새벽 0시 발매가 시작된 올림픽개막식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 동구우체국 등 22개 베이징 시내 우체국에서 한밤중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톈안먼 광장에는 일출에 맞춰 이뤄지는 국기 게양식을 지켜보기 위해 오전 5시19분에 이미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항저우 광저우 등 중국 전역에서 '아이러브 차이나' 또는 '중국팀 자유(加油,파이팅)'란 빨간색 문구가 선명한 T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오성홍기를 휘날리는 모습들이 인터넷을 타고 전국에 소개됐다.

○…개막식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은 왕년의 남자 체조 스타 리닝(李寧ㆍ45)이었다. 리닝은 1984년 LA올림픽 때 마루 운동과 안마,링 등에서 최고 연기를 펼쳐 3관왕에 오르는 등 메달 6개를 딴 왕년의 체조 스타.그는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7개 메달 중 6개를 휩쓸어 가는 등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국내외 체조대회에서 총 106개의 금메달을 따 내면서 중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군림했고 이 기록은 지금까지 중국 선수 중 누구도 깨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닝은 일찌감치 성화 점화자 후보로 거론됐고 마침내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야오밍(휴스턴)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110m 허들 금메달리스트인 '황색 탄환' 류시앙 등을 따돌리고 개막식의 주인공이 됐다. 리닝은 199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스포츠 의류 회사를 설립했으며 지금은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경쟁하는 중국 최고의 토종 스포츠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 시내 도로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하루 공휴일로 지정된 데다 화물차 통행이 금지되고 다른 차량도 시간별,구간별로 임시 교통관제를 실시한 탓이다. 지하철은 톈안먼동 서역 정차가 금지됐지만 24시간 개통했다. 베이징시는 개막식 참여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가급적 자택에서 생중계로 개막식을 지켜보라고 당부했다. 서우두공항은 오후 7시부터 5시간 동안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시를 바쳐 눈길을 끌었다. '영광 조화 평화,하나의 꿈'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다른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이 올림픽 새둥지에서 희망의 성스러운 노래를 부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태국 왕족으로는 1992년 바르셀로나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마하 차크리 시린드혼 공주는 주중태국대사관에서 9일 선수단을 위해 요리를 직접 해주기로 해 태국 대표팀들의 사기가 높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올림픽 부부가 대거 탄생했다. 베이징에서만 1만6000쌍,상하이와 난징에서도 각각 6000쌍과 3000쌍이 결혼식을 올렸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난징에서는 올림픽 결혼 기념증까지 나눠주기도 했다. 올림픽 베이비도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 야오자위안 거리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은 200여개 침상에 빈 자리가 하나도 남지 않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