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黃山)은 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산악 관광지다. 1987년 만리장성을 포함한 6곳이 중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두 번째인 세계유산 대열에 합류한 명승. 중국에서는 그네들의 산악신앙 대상인 오악(五岳)을 능가하는 절경으로 이 황산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악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는 명나라 때 학자 서하객의 황산감상이 지금도 유효하다. 구름바다 속에 드러나는 기묘한 바위봉우리와 그 위에 꿋꿋한 소나무 , 그리고 뜨끈한 온천 등 황산사절(黃山四絶)이 중국의 산 중 으뜸임을 노래한다.

■하늘에서 날아와 박힌 비래석

황산 트레킹은 보통 2코스로 나뉜다. 황산의 들머리인 전산(前山)에서 곧장 천도봉으로 올라가 옥병루∼연화봉∼광명정∼서해∼북해를 지나 후산(後山)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다른 하나는 후산의 운곡사에서 시작,백아령∼시신봉을 거쳐 북해로 향하는 코스로 첫 번째 코스를 거슬러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첫 번째 코스는 올라갈 때는 매우 힘들고 내려올 때는 위험해서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보통 두 번째 코스를 따른다. 편안하게 숙식을 해결하며 무리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데다 앞으로 갈수록 아름다움을 더하는 풍경이 트레킹의 피로를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운곡케이블카를 타고 백아령으로 올라간다. 8분 만에 닿는 백아령에서 본격적인 황산 트레킹이 시작된다. 발걸음을 내딛으면 저 멀리 필가봉이 보인다. 마치 붓을 걸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봉우리다. 광명정에서 30분쯤 가면 비래석이 보인다. 높이 12m에 360m이나 되는 거대한 바위인데 그 모양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박힌 것 같다. 이 바위를 만지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어지는 길을 따르면 배운정에 닿는다. 배운정은 기암괴석의 박물관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 곳.수많은 산봉우리와 기암괴석이 한데 모여 독특한 산악미를 펼쳐보인다. 시야가 확 트여 황산 절경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어 좋다. 구름과 안개가 서해의 골짜기를 휘감아 솟아오르다 이곳에 이르면 저절로 걷힌다고 해서 배운정이라 이름 붙여졌다. 보통 산속에서는 멋진 일몰풍경을 볼 수 없는데 이곳 배운정은 산중일몰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을 각색해 만든 영화의 배경으로도 나왔었다.

■구름바다 위로 떠오르는 청량대 일출

황산 트레킹은 1박2일 일정으로 산 정상에서 하룻밤을 묵는 게 보통이다. 숙박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황산의 풍경,특히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해맞이는 청량대가 안성맞춤이다. 해가 뜰 때쯤 되면 산정에서 숙박한 이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 청량대다. 삐죽삐죽 솟은 바위봉우리 사이에 걸친 구름바다를 뚫고 해가 떠오르면 주변 분위기가 자못 숙연해진다. 해맞이를 한 뒤 천천히 트레킹을 하면 뾰족한 바위봉우리 꼭대기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소나무를 만난다. 봉우리 아래에는 누워서 잠자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기이한 모습의 돌이 있다. 바로 몽필생화다. 소나무는 안타깝게도 1970년대에 고사해 모조 소나무를 세워 놓았다.

■꿈속을 걷는 듯한 서해대협곡

서해대협곡은 황산 트레킹의 하이라이트.황산의 24개 협곡 중 제일가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꿈속에서나 보는 경치라는 뜻으로 몽환경구라고도 부른다. 마치 설악산 천화대를 수십 개 합쳐 놓은 듯한 수직절벽이 인수봉 두 배 정도의 높이로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그 한 절벽 허리춤에는 시멘트로 만든 좁은 계단길이 놓여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이 계단이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갑자기 동공이 두 배로 커지고 오금이 저려와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자칫 한눈을 팔았다가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벽쪽으로 바짝 붙어 걸어야 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비취계곡

황산 트레킹 뒤라면 비취계곡을 찾아보자.비취계곡은 '사랑의 계곡'이라고도 하는 작은 계곡.6㎞에 걸쳐 뻗어 있는 계곡 안에 작은 폭포와 소가 어울려 색다른 풍치를 자아낸다. 용봉지,경주지,화경지,뇌우담 등 크고 작은 오색 연못의 물색이 환상적이다. 영화 '와호장룡'의 무대가 되었던 대나무숲도 시원하다.

황산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청대 옛거리도 거닐 만하다. 송나라 때부터 형성된 이 거리에는 옛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문방사우 같은 것을 판매하는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러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황산 특산차인 타이핑후궈이도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