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직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정당으로서는 최초로 기업형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당직자가 214명까지 불어난 민주당은 총선 패배로 정당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인원을 대폭 감축할 예정이다.

한때 일선에서 물러나는 당직자 수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국회의원 및 지자체 의원 등에 대한 특별당비 부과,당직자 봉급 삭감 등의 '고통분담'을 통해 퇴직자 수를 30~50명 선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당내 인사시스템을 전면 혁신할 계획이다. 퇴직자 선정 과정에서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를 평가하는 다면평가를 실시했으며 이번 주 초까지 일주일간 당직자 개별면접을 진행했다.

개별면접에서 간부급 당직자들은 희망부서와 그 부서에서의 활동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했으며 실무자들은 자기 업무 평가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별도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는 이미경 사무총장,김상희 최고위원 등 현역 의원 외에 IBM 출신의 HR 전문가인 이상주 MK-H컨설팅 사장이 포함돼 인사조직 혁신과 관련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한국 정당에서는 누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기록이 남지 않아 인사가 각 계파의 사람심기나 인맥으로 이뤄져온 부분이 컸다"면서 "선진화된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매년 평가자료를 축적하고 당직자들이 능력을 통해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무처 당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30대의 한 사무처 당원은 "현재 민주당은 국장만 68명에 이르는 등 지나치게 비대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요 사안도 책임 소재 파악이 안 돼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 등이 자주 있어 인사조직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회의 시절부터 당을 지켰다는 고참 당직자는 "계파 간 정치는 정당조직에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인데 성과만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이 장기적으로 지켜질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인사 작업을 이번 주 내로 마무리한 뒤 다음 주까지 퇴직자 명단과 조직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