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하나 따져봅시다. 도대체 어느 부분이 위기인지."

지난 주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이 발주 계약 취소를 공시한 이후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주가는 이번 주 들어 이틀 동안 10% 이상씩 급락했다. 세계 조선경기 하락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10년 호황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를 휘감은 것.직격탄을 맞은 조선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한장섭 한국조선공업협회 부회장은 5일 "억울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조선업체 주가가 일제히 폭락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한 부회장은 우선 이번 계약 취소가 해당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쌓아 놓고 있는 수주 잔량은 400억달러를 넘는다"며 "이에 비해 지난 주말 취소한 발주 계약은 6190억원짜리로 전체 수주 잔량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계약 취소로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이번 계약 취소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가 주문을 솎아내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두 회사는 계약을 취소하자마자 곧바로 더 비싼 가격으로 발주 물량을 따내 채워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대형 조선업체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 등으로 분산되던 발주 물량이 한국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올 상반기 중 선박시장에 나온 주문은 모두 2450만CGT(보정총톤수).이 중 한국은 1240만CGT에 해당하는 물량을 쓸어담아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작년 38.9%에서 올 상반기엔 50.6%로 높아졌다.

고유가와 후판 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내 조선업계엔 되레 약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한 부회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쪽은 한국이 아니라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중국"이라며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중국 조선업체가 상당부분 구조조정될 경우 한국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유조선과 해양플랜트 등 한국의 주력 선종이 뜨고 있는 것도 중국과 한국을 차별화하는 요인이다.

한 부회장은 "현재 국내 조선업체는 향후 4년치의 일감을 쌓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사 앞으로 2~3년간 전 세계 조선경기가 나빠진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