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며 이백

아침 노을 사이로 백제성을 작별하고

천리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왔네

양쪽 강변에 원숭이 울음 그치지도 않았는데

경쾌한 배는 벌써 만겹 산을 지났네.

早發白帝城

朝辭白帝彩雲間,千里江陵一日還.兩岸猿聲啼不盡,輕舟已過萬重山.

시 한 줄이 외교까지 바꾼다

이백이 귀양가다가 백제성에서 사면을 받고 쓴 것이다. 복직하라는 명을 받고 천리 길을 하루 만에 돌아왔다며 천(千)과 일(一)을 대비시킨 대목이 압권이다.

이 시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능란한 외교술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장쩌민이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2001년 4월1일,첩보를 수집하던 미군 정찰기가 중국 공군의 요격을 받아 불시착하는 사건이 터졌다. 난감한 노릇이었다. 미국의 영공 침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중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고,강경하게 나가면 모처럼 이루어진 화해 무드가 깨질 판이었다. 기자들이 장쩌민의 숙소로 달려가 이 돌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침착하게 이 시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통치자의 결단에 따라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다는 암시였다. 이를 눈치 챈 미국이 재빨리 공식 사과를 했고,얼마 안 돼 미군기도 무사히 반환됐다. 양국 간의 '뜨거운 감자'를 시적 은유로 절묘하게 해결한 것이다. 이처럼 시는 외교 현장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기업경영도 다를 게 없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