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금(金地金.순도 99.5% 이상의 금괴) 부가가치세 환급제도를 악용,몇 년 동안 수조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올해 2월 금 도소매업체 관계자 100여명 등과 함께 기소된 7개 대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최근 법원의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은 반면 SK글로벌,LG상사 관계자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가 됐다. 삼성물산 등 나머지 3개 업체 관계자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금지금 뭐가 문제였나

국내에서는 금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입업체가 금지금을 수출용으로 들여오면 부가세를 면제해 준다. 하지만 이를 거래과정에서 중간에 내수용으로 전환하면 납부하지 않은 부가세 10%를 내야 한다. 종래에는 이를 금지금 '매입자'가 아닌'매출자'가 매입자에게 부가세를 받아 국가에 납부해야 했다. 속칭'폭탄업체'들은 이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금지금을 낮은 가격에 거래업체에 팔고 부가세를 이 업체로부터 받은 다음 폐업해버렸다.

예를 들면 부가세 없이 100만원에 금지금을 수입한 업체가 마진 1만원을 남기고 1차 도매업체에 101만원에,이 도매업체는 마진 1만원을 남기고 102만원에'폭탄업체'에 넘긴다고 하자.폭탄업체는 이 금지금을 내수용으로 전환 신고하고 팔면(과세매출) 2차 도매업체로부터 10만2000원(102×0.1)의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 폭탄업체는 선심을 쓰는 것처럼 95만원의 헐값에 금지금을 넘기고 마진 3만2000원(95-102+10.2=3.2)을 챙긴 다음 폐업해버린다. 이런 식으로 몇 개의 도매업체를 거쳐 가격이 하락한 금지금을 수출업체가 최종 도매업체로부터 살 때 이 도매업체에 낸 부가세를 국세청은 수출 촉진 차원에서 수출업체에 환급해 준다. 올해 2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빠져나간 세금은 1999~2004년 동안 무려 2조원에 달했다.

◆LS니꼬동은 '주의의무를 다했으므로 무죄'

대기업 7개 관계자들은 조세포탈죄의 공범으로 기소됐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LS니꼬동제련의 이모 당시 영업팀장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거래단계에서 폭탄업체 존재 여부 등에 대해 피고인이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조세포탈 혐의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사실 LS니꼬는 국내 판매를 위해 직접 금지금을 수입한 적이 없었다. 다만 동광석을 수입.제련해 비철금속인 전기동(전해 구리)을 생산,그 제련과정에서 부산물로 추출되는 금성분(약 0.0014%)만을 금지금으로 제조.판매했다.

법원은 LS니꼬가 금지금 유통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충분히 다한 점도 고려했다. 실제로 LS니꼬는 2003년 말부터 면세금지금 거래업체들에 '면세로 매입한 금지금을 면세로 매출하고,과세로 전환해 매출할 때에는 그 내역을 LS니꼬에 통보하고 과세관청에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거래를 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홍훈 변호사는 "2004년 6월부터는 금지금에 일련번호를 붙여 생산하는 등 면세거래 시 법률적 위험에 대비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업체들과는 거래를 단절하려 했다는 점을 주로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로 환급사기 원천차단

국세청은 폭탄업체를 원천차단하기 위한'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매출자가 부가세를 떼먹고 폐업하는'폭탄업체'가 생길 수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과거에는 금지금 매출자가 매출세액을 부가세 신고 납부기한까지 보관할 수 있어 매입세액으로 인한 자금 부담을 상쇄할 수 있었으나 이 제도하에서는 금지금 매입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부가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매출자의 자금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이를 감안해 매출세액의 범위 안에서 매입세액을 실시간 환급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