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팽창야욕' 논리 확산방안 제기

일본 정부가 지난달 14일 중등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기술을 포함시키면서 촉발된 이른바 '독도 사태'가 숨고르기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일본의 '도발'에 정부가 강력 대응하면서 긴장이 고조됐고 그 와중에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확산됐다.

다만 정부의 총력적 외교대응 등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움직였고 이어 미 당국이 일주일만에 원래 있었던 '한국령'으로 독도의 지위를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둘러싸고 분쟁 중이란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이 바라는 '독도의 분쟁지역화'의 기도가 주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치 2006년 4월 일본이 지난 30년간 실시하지 못했던 독도 인근 해역의 수로조사 카드를 들고나와 한일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시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용한 독도 외교' 재검토 발언을 계기로 독도 인근 해역에 우리 해양경찰청 소속 5천톤급 경비함 등을 배치하는 등 전쟁 분위기까지 조성하며 일본측에 강경 대처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야단법석에도 불구하고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진전없이 사태가 유야무야됐고 결국 일본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일본의 '치고 빠지기 작전'에 한국 사회가 휘둘리는 모습만 다시 보여주고 말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측의 '도발'이 확인된 다음날 항의의 표시로 '일시 귀국'했던 권철현 주일대사가 5일 귀임한다.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4번째로 사실상 소환된 권 대사는 한국에 들어와 일본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일본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물론 정부는 권 대사의 귀임 이후에도 정부의 대응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4일 "권 대사는 귀임하면 일본 정부의 교과서 해설서의 독도표기 조치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고 미래지향적 양국 동반자관계 구축을 위해 일본 정부가 좀더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총리실을 중심으로 외교부와 관련부처가 총동원된 독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직적인 대응을 장담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장관은 4일 직원과의 조회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의 독도 표기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독도 관련 업무를 통합 조정하는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특히 "정부내의 업무 조정 뿐 아니라 민간의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독도는 일본땅'임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수십년간 체계적으로 움직여온 일본이 앞으로도 야욕을 숨기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은 물론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독도를 한국이 부르는 영문표기 대신 `리앙쿠르 암(岩)'이라는 중립적 표현이나 다케시마라는 일본식 표기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한마디로 '독도는 분쟁지역'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독도 문제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 대응으로 예상치 못한 외교적 손실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미 BGN이 표기를 원상회복했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에 대한 보상을 치를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 안목을 갖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일본의 논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제기한 배경을 과거 제국주의 팽창 야욕과 연결해 일본의 논리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편을 서거나 일본 편을 서게 하는 식의 단순한 대응은 곤란하다"면서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며 일본의 야욕을 무력화하는 설득력있는 외교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일본이 러일 전쟁때 우리 영토인 독도를 침탈했음을 국제사회에 밝힘으로써 독도문제의 기원이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서 비롯됐음을 알리는 것이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교수는 "일본군 군대위안부 문제도 일본이 존재 자체를 부인했지만 미국 의회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행태를 고발하는 취지에서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일본정부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졌었다"면서 "독도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학술단체 전문가 등은 일본의 야욕과 관련된 문서적 고증에 주력하고 그 결과를 체계적으로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꾸준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