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면 서당(書堂)의 한 학동이 훈장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빙 둘러앉은 학동들은 그를 바라보며 재밌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울고 있는 학동은 이미 배운 것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해 훈장한테서 엄한 꾸지람을 듣고 있는 중이다.

서당에서의 교육은 배운 것을 소리내어 외우지 못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완전히 외울 때까지 반복된다. 그래서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해도 사람마다 배우는 곳이 달랐다. 섣달 그믐이 되면 그때까지 배운 내용을 달달 외워야 했으니,빈둥거리며 한눈을 팔거나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교육에는 그만이지 않았나 싶다.

서당교육의 장점은 또 있다. 자기 자신과 경쟁을 하는 것이다. 배운 것을 스스로 익혀야 하는 까닭에 같이 공부하는 벗과 경쟁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깨닫느냐 하는 것이 절대적인 잣대일 뿐 지금의 상대적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훈장은 엄격한 예절과 인간도리를 가르친다. 그릇된 언행에는 가차없이 회초리를 내리친다. 공부보다 인간됨됨이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아 서당교육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당 집단촌인 청학동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안동,전주,순창,공주,이천 등지의 서당에 청소년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일주일 과정의 합숙이 보통인데,오전 7시에 기상해 밤 10시 잘 때까지 훈장 선생님의 고전강의,예절교육,전통놀이 체험이 이어진다. 다도(茶道)를 하면서 전통예법을 익히고,붓글씨를 통해 마음의 수양을 한다. '흙의 연주'라고 하는 도자기를 만들면서는 조상의 혼을 느끼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서당교육은 1 대 1 교육이나 다름없다. 훈장은 학생과 직접 대화하고 지도를 한다. 훈장과 학생이 따뜻한 성품과 인격을 나누는 것도 서당에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몸으로 가르치니 따르고,입으로 가르치니 반항하네"라는 선현의 말씀은 곧 서당교육을 지칭한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