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우선인데 노조 왜 만들었는지" … 파산한 민노총산하 ASA 지회장의 후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을 텐데…."
길준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ASA 지회장(43)은 지난 1일 충남 금산 ASA 공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노조 결성 이전인 작년 이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ASA는 국내 최대 알로이휠(알루미늄합금 재질 휠) 수출업체였지만,노사 갈등 끝에 지난달 18일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270여명의 직원들은 직장을 잃은 뒤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거나 새 일터를 찾아 타지로 떠났다.
길 지회장은 "작년 10월 민주노총 지원으로 노조를 설립한 뒤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며 "노조 활동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이어 "다시 작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면,회사 측과 진지한 자세로 타협안을 도출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년 임금협상을 벌여온 ASA는 작년 10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지회 형태로 노조를 결성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 ASA 지회는 적자 나는 회사에 노조 전임자를 두고 노조 사무실까지 달라고 요구했다. 협력업체 고용보장 등 민주노총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잔업 거부→부분 파업→전면 파업의 수순을 밟았다.
작년 11월19일 전면 파업 돌입 직후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2006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는 노사 간 양보없는 대치 끝에 3개월 만에 부도를 냈다. 길 지회장은 "사측은 금속노조 차원의 중앙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지회교섭을 마무리해도 소용없다는 점을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회사 부도 이후 길 지회장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이후 사측에 무노동 무임금으로 일할 테니 연말까지 기계라도 돌려보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때는 기계를 돌릴 운영자금조차 바닥이 난 상황이었다.
길준영 지회장(사진)은 "대기업이나 영세 사업장 모두 고용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SA는 2006년만 해도 프랑스 르노,일본 닛산과 다이하쓰 등 해외에 납품하는 물량이 전체의 70% 선에 이른 업계 1위 기업이었다. 직원들은 국내 최대 알로이휠 수출업체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문제는 적자 폭이 커지면서 발생했다. 2005년 30억원이던 적자가 2006년 75억원으로 불어났다. 2006년 말 ASA의 새 사령탑을 맡은 문창규 전 대표는 긴축 경영에 나섰다.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끝에 작년 9월 말까지 1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에 부닥쳤다. 사측은 상여금을 종전 600%에서 200%로 낮추는 대신 통상급을 20.15% 인상하겠다고 했고 노조는 상여금 삭감을 감수할 테니 급여를 33% 올려 달라며 맞섰다. 교섭은 끝내 결렬됐다.
이 회사 경영지원팀 김영환 차장은 "작년 10월부터 해외 수주가 급증했고 특히 원.달러 환율이 우호적으로 바뀌어 연간 50억원가량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2월 부도 이후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가 50억원의 유상 증자로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이미 때늦은 상태였다.
법원은 ASA의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동시에 새 인수 업체를 찾고 있다. 노조 역시 새 인수 업체가 나타나면 적극 호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산(충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길준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ASA 지회장(43)은 지난 1일 충남 금산 ASA 공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노조 결성 이전인 작년 이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ASA는 국내 최대 알로이휠(알루미늄합금 재질 휠) 수출업체였지만,노사 갈등 끝에 지난달 18일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270여명의 직원들은 직장을 잃은 뒤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거나 새 일터를 찾아 타지로 떠났다.
길 지회장은 "작년 10월 민주노총 지원으로 노조를 설립한 뒤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며 "노조 활동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이어 "다시 작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면,회사 측과 진지한 자세로 타협안을 도출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년 임금협상을 벌여온 ASA는 작년 10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지회 형태로 노조를 결성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 ASA 지회는 적자 나는 회사에 노조 전임자를 두고 노조 사무실까지 달라고 요구했다. 협력업체 고용보장 등 민주노총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잔업 거부→부분 파업→전면 파업의 수순을 밟았다.
작년 11월19일 전면 파업 돌입 직후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2006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는 노사 간 양보없는 대치 끝에 3개월 만에 부도를 냈다. 길 지회장은 "사측은 금속노조 차원의 중앙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지회교섭을 마무리해도 소용없다는 점을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회사 부도 이후 길 지회장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이후 사측에 무노동 무임금으로 일할 테니 연말까지 기계라도 돌려보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때는 기계를 돌릴 운영자금조차 바닥이 난 상황이었다.
길준영 지회장(사진)은 "대기업이나 영세 사업장 모두 고용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SA는 2006년만 해도 프랑스 르노,일본 닛산과 다이하쓰 등 해외에 납품하는 물량이 전체의 70% 선에 이른 업계 1위 기업이었다. 직원들은 국내 최대 알로이휠 수출업체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문제는 적자 폭이 커지면서 발생했다. 2005년 30억원이던 적자가 2006년 75억원으로 불어났다. 2006년 말 ASA의 새 사령탑을 맡은 문창규 전 대표는 긴축 경영에 나섰다.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끝에 작년 9월 말까지 1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에 부닥쳤다. 사측은 상여금을 종전 600%에서 200%로 낮추는 대신 통상급을 20.15% 인상하겠다고 했고 노조는 상여금 삭감을 감수할 테니 급여를 33% 올려 달라며 맞섰다. 교섭은 끝내 결렬됐다.
이 회사 경영지원팀 김영환 차장은 "작년 10월부터 해외 수주가 급증했고 특히 원.달러 환율이 우호적으로 바뀌어 연간 50억원가량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2월 부도 이후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가 50억원의 유상 증자로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이미 때늦은 상태였다.
법원은 ASA의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동시에 새 인수 업체를 찾고 있다. 노조 역시 새 인수 업체가 나타나면 적극 호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산(충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