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관객이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영화는 장쾌하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톱스타 세 명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거니와 만주 벌판에 울려퍼지는 말발굽소리와 총소리는 한국판 웨스턴 무비라는 말을 듣기에 손색이 없다.

1930년대 만주 재현을 위해 없는 길도 내가며 만들었다는 배경은 실감나고 액션은 탁월하다. 쫓고 쫓기는 놈놈놈(현상금 사냥꾼,마적단 두목,열차털이범)의 행동에 우물쭈물 따윈 없다. 총칼이 난무하지만 잔혹한 순간은 적당히 배제,관객의 부담을 덜고 코믹영화의 맥을 살린다.

제목과 달리 '놈놈놈'의 좋고 나쁘고 이상하고는 딱히 구분되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구분짓지 않으려 한 건지도 모른다. 오히려 목표에 따라 차이나는 태도,상처를 준 자와 받은 자의 서로 다른 기억 등 맞추기 힘든 삶의 퍼즐에 초점을 맞추려 한 것처럼 보인다. 이상한 놈(윤태구)과 나쁜 놈(박창이)의 관계가 그것이다.

결단코 최고를 가리자는 창이에게 태구는 말한다. "니가 최고 해.니가 이겼다고 소문내도 상관하지 않을게." 창이의 추적이 실은 과거 자신의 짓 때문임을 안 태구는 중얼거린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쫓길 줄이야." 영화는 또 어리숙한 듯 치밀한 태구를 통해 승부의 요소를 전한다.

'놈놈놈'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르 개척과 스케일 확장이라는 점에서 분명 주목받을 만하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지나친 설명은 장애물일 수 있다. 때로는 생략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액션영화에서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더라도 200억원이 넘는다는 제작비를 생각하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기왕이면 인과관계도 짜넣고,좋은 놈의 캐릭터도 확실히 하고,독립군이란 양념도 제대로 비벼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것이다. 코믹액션물에서도 관객의 납득과 공감을 얻어낼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성은 필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