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동의 박모씨(40·여)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려 디스크질환인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척추암 진단을 받았다.

2년 전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했는데 불운하게 척추로 암이 전이된 것이었다. 암은 크지 않았지만 신경에 가까워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사이버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권유를 듣고 지난해 말 김포공항 내에 있는 서울우리들병원 척추암클리닉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64채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고 사이버나이프 치료를 받았다. 거동이 불편했지만 10m 안에 각종 진단장비와 치료실 휴면실 등이 배치돼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치료를 마쳤다. 이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한번 더 사이버나이프 치료를 받은 7월 말 현재 암이 사라진 상태다.

삼성서울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 각 부위에 생긴 암은 폐(20.9%),뼈(20.7%),간(19.8%) 등의 순서로 전이 가능성이 높다. 전이성 척추암은 암세포가 척추뼈를 녹이고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극심한 통증을 비롯해 하반신 마비,대소변 장애까지 초래한다. 국내서는 원발성 또는 전이성 척추암 환자는 4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포공항 내 서울우리들병원은 지난해 12월 초 가장 먼저 4세대 사이버나이프를 도입,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100명의 척추암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세계적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이 5년 동안 500여명을 치료한 것과 비교할 때 우수한 성적이다. 4세대 사이버나이프는 얇은 펜슬 빔과 로봇팔로 초정밀 고단위 방사선을 1∼3회 쏘아 암을 제거한다. 폐 심장 등 움직이는 장기의 암,접근하기 어려운 깊숙한 장기의 암,불규칙한 형태의 암,전혀 손을 쓸 수 없는 말기암 등을 통증·수혈·마취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

최일봉 척추암클리닉 원장은 "척추암은 수술 성공률이 16% 안팎에 불과하고 일반 방사선 치료는 10회 정도 치료해도 신경압박 증상을 다소 완화시키는 데 그친다"며 "사이버나이프는 90% 이상에서 통증이 감소하고 운동장애가 호전되는 등 모든 환자에게서 방사선 신경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