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여행지에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여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파클링와인,화이트와인이 그 주인공인데,이는 오크통 숙성으로 타닌이 많아 묵직한 느낌이 강한 레드와인에 반해 △과일향이 강하고 △질감이 산뜻하며 △칠링(화이트와인·로제와인을 차게 하는 것)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포도 품종은 풍부한 과일향과 적당한 산도로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샤르도네가 인기다.

호주의 '린드만 빈65 샤르도네'(750㎖·2만4000원)는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실속'까지 챙길 수 있는 와인이다. 가격도 2만원대로 저렴하고 오프너 없이 손으로 열 수 있는 스크류캡으로 야외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 흔히 '스크류캡 와인=저급 와인'이라 생각하지만 스크류캡은 코르크로 인한 부패 걱정이 없고,와인이 지나치게 빨리 산화되는 것을 막아줘 호주를 비롯한 여러 신대륙 와이너리들이 사용하고 있다.

스크류캡 와인 품질에 대한 편견은 '빈65 샤르도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선정하는 '베스트 바이'(best buy)에 14차례 선정된 바 있으며,특히 2002년 빈티지는 87점을 받았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샤르도네 품종 와인 중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호주 화이트와인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린드만사(社)에선 이외에도 '빈50''빈45''빈40' 등을 판매하는데,이들 와인은 세계 50여개국에서 매주 100만병씩 팔린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에는 외우기 쉬운 와인 이름도 한 몫 했다. 어려운 브랜드명과 달리 짧은 단어와 숫자를 활용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갔던 것.숫자 앞의 빈(Bin)은 와인을 저장하는 통을 의미한다. 숫자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아직 와인 이름을 못붙였던 1930년대에 와인 저장탱크 번호를 상표에 사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문맹이었던 노동자들이 수확한 포도를 저장 탱크에 넣을 때 글자 대신 간편한 숫자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린드만은 1843년 영국 군의관 헨리 린드만이 시드니 북쪽의 헌터 밸리 지역 내 카와라 농장을 매입해 와이너리를 설립한 것이 시초다. 카와라는 지역 방언으로 '흐르는 강물 옆'이라는 뜻이다. 최근 20년 동안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 & 스피릿'으로부터 10여 차례나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되며 유명세를 탔다. '빈65 샤르도네'는 옅은 레몬 빛으로,파인애플,멜론 등 열대과일향이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샐러드나 가벼운 해산물 요리 또는 흰 살 육류와 잘 어울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