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현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처음 직선제가 도입돼 30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자율형사립고 설립 등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 기조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돼 왔던 영재교육.영어교육 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국제중.자사고 설립 탄력

공 당선자는 2004년 7월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된 이후 당시 노무현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서울시와 공동으로 자립형 사립고 등 특목고 확대를 추진했다.

지난 3월에는 초.중.고생의 1%를 영재로 뽑아 교육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월성 교육을 강조했다. 또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년부터 기존 학군제를 선지원 후추첨 방식의 '고교선택제'로 바꿔 학교를 골라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교 간 경쟁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왔다.

공 당선자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자율.경쟁 중심의 수월성 교육 기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교육정책 방향이 불확실해 추진이 미뤄졌던 하나금융지주의 은평뉴타운 자립형사립고(가칭 '하나고')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중 설립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 교육 강화

서울시내 학교의 영어 수업 시간이 늘어나고 영어교육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 당선자는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 당선자는 2010년까지 모든 초.중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고교에도 단계적으로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초등학교에 영어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매년 500명의 영어교사에게 국내외 중장기 연수(3~6개월)를 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함께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도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읽기 중심의 영어 평가를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균형적 평가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학력평가.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초.중.고 학력진단평가와 중.고교의 수준별 이동수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 당선자가 '정확한 학력 진단과 수준에 따른 교육이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수학.영어 위주 수준별 이동수업을 전 과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공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외국 아이들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기르려면 초등학교와 중학교부터 학력을 신장해야 한다"며 "일본도 여유있는 교육을 과감히 탈피하고 경쟁 교육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구역 지정 △모든 학교 급식시설 현대화 △방과후학교 영어 무료교육 실시 △방과후 종일반 프로그램 진행 등 공 당선자의 주요 공약이 1년10개월의 짧은 임기 동안 지켜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원래 4년인 교육감 임기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정부가 그동안 별도로 실시됐던 교육감 선거를 2010년부터 지자체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패 청산' 과제로 남아

공 당선자가 선거기간 동안 지적된 '청렴도 꼴찌' 서울시교육청의 부패.비리 근절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도 관심이다. 실제 공 당선자의 재임기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공사 관련 뇌물 수수와 성적 조작 비리,촌지 수수,입시 진학 비리,교사 성폭력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선거 과정에서 시교육청 직원들이 공 당선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관권 선거 의혹도 제기됐다. 자신의 선거 홍보물 촬영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수서지역 임대아파트 설립을 반대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흠결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반성과 학생.학부모 설득이 필요하다고 교육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