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후원 등 마케팅 비용 1조 넘어
특검으로 경영 공백 … 경쟁사 저가공세도 영향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잘 팔았지만 많이 남기지는 못했다'로 요약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서도 영업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판매관리 비용을 늘린 탓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전 분기보다 4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1조397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1조원 이상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후원으로 올림픽 관련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한 해외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늘려 잡은 비용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휴대폰 부문에 마케팅 비용이 집중돼 영업이익률이 15%에서 13%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특검으로 인한 경영공백 역시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회사 관계자는 "전략을 결정해야 할 임원진들이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파문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손을 놓고 있었다"며 "특검 변수가 없었다면 실적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으로 뒤늦게 승진한 직원들에 대한 임금 인상분이 2분기에 소급돼 지급되면서 인건비(4506억원)가 전 분기에 비해 15.7%(612억원) 늘어난 점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공백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퇴사자 비율이 낮아진 것도 인건비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북미 등 일부 시장에서 평판TV 가격이 급락한 것은 삼성전자가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소니 등 일부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가공세를 펴면서 가격 질서가 무너진 것.일본 기업들이 TV부문에서 강력하게 공격해와 마진에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평판TV와 백색가전 등이 속해 있는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2분기 1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덕분이다. 전체 매출에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71.9%로 1분기(72.6%)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환율도 삼성전자의 편이었다. 삼성전자는 원화 약세로 지난 분기보다 1000억원 많은 4000억원가량의 환율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