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펀드 지식이나 투자문화는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펀드를 단기투자 대상으로 보고 수익률에 따라 '일희일비'하거나 뚜렷한 철학 없이 펀드를 고르고 있다는 얘기다.

27일 자산운용협회와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등에 따르면 한국과 펀드투자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 기준이나 펀드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세대별 펀드 보유수가 크게 차이가 났다. 증권업협회가 작년 1511명의 증권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1977년생 이후에 태어난 'Y세대'들이 평균 2.4개의 펀드를 보유하며 전 세대 중 가장 많은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자산운용협회가 작년 173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46~1964년 사이 태어난 베이붐 세대와 1945년 이전에 태어난 '침묵의 세대(일만 하고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타임스가 붙인 이름)'가 각각 7.0개의 펀드를 보유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펀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나이가 들수록,한국은 나이가 젊을수록 펀드 투자에 적극적이란 설명이다.

펀드를 가입하는 곳도 크게 달랐다. 국내 투자자들의 68%가 은행을 통해 펀드를 샀고,미국은 66%가 퇴직연금을 통해 펀드를 매입했다. 김영민 자산운용협회 조사팀장은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등을 통해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나이가 들수록 펀드 보유수가 증가하고 퇴직연금을 타기까지 보유하면서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펀드를 가입하기 전에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서 국내의 경우 가장 많은 투자자(17.4%)가 '펀드의 과거 성과'를 고려했고,미국 투자자들은 펀드의 보수 및 수수료(74%ㆍ복수응답)를 가장 우선시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펀드 선택시 보수 및 수수료를 먼저 꼽은 것은 종목과 상관없이 수익률이 지수를 쫓아가는 인덱스펀드 등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효상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부장은 "펀드 수익률은 일정 부분 펀드에 대해 말해줄 수는 있지만 펀드의 전부는 아니다"며 "향후 수익률을 나타내는 운용사의 투자 철학을 우선시해야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