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나란히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에 '남북 대화를 통한 진상 규명을 위해 남측의 조사단 방북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미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을 이미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회담 뒤 가진 브리핑에서 "많은 나라들이 남북한 간 직접대화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입장을 지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으로서도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대북압박에 나선데다 ARF에서도 금강산 피살 사건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어 북한의 입장변화가 있을지 주목되지만 북한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회담과정에서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6ㆍ15선언 등을 부정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박 외무상은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최근 북한의 핵신고와 북·일 간 대화재개 등 동북아 정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최근 대화 상대방을 위협하는 군사행동이 진행되고 대규모 다자군사훈련도 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사 훈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대화 단절의 탓을 남한으로 돌린 것이다. 박 외무상은 이어 "6ㆍ15선언과 10ㆍ4선언을 부정하는 정권이 남한에 출현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유 장관이 회의 석상에서 금강산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한 데 대해서도 박 외무상은 "그 사건은 남북한 간의 문제"라고 맞받았다.

한편 ARF는 이날 의장성명을 통해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다"며 "10ㆍ4 남북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조지 여 외무장관은 "장관들은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