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먹고 힘 내서 내 한까지 풀어다오"

`비운의 복서' 변정일(42)이 24일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필승관에 찾아가 이옥성(27.보은군청), 한순철(25.서울시청) 등 복싱 국가대표들에게 산삼 12년근 26뿌리를 선물했다.

시가 800여만 원 상당으로 도핑검사와도 상관이 없다.

변정일이 태릉선수촌을 찾은 건 꼭 20년 만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밴텀급(54㎏) 국가대표로 나간 그는 2회전에서 미국 선수에게 석연찮은 판정패를 당한 뒤 두 시간 링에서 항의농성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한미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프로로 전향했다.

1993년 3월 세계복싱평의회(WBC)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지만 같은 해 12월 일본 원정 2차 방어전에서 억울하게 판정패해 `비운의 복서'라는 별명을 얻었다.

변정일이 선수촌을 다시 찾은 데에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스카 델라 호야(35.미국)가 미국 복싱팀을 후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

호야가 운영하는 골든보이 프로모션은 최근 미국 아마추어복싱팀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반면 한국 복싱팀은 공식 후원사(프로스펙스) 외에는 별다른 후원을 받지 못한 채 고독하게 메달을 준비해왔다.

최근 조아제약이 피로회복제를 지원해 준 덕에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었다.

스포츠채널 KBS N에서 프로복싱 해설을 하고 있는 변정일은 "무관심 속에 훈련에 몰두하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 산삼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옥성과 김정주 외에도 밴텀급 한순철도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