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 CJ제일제당 사장 jinsoo@cj.net >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를 경쟁 강도가 높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로라하는 무수히 많은 상대와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놀라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힘,스피드 등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 머리까지 좋아야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과학이고,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건 예술(Art)이란 말이 있다. 과학은 정량적이며 객관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에 예술은 직관이고 감각이며 비약이 있고 주관적인 영역이다.

이 두 가지 영역을 한 사람이 동시에 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대한 과학자는 예술의 경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또 위대한 예술가의 걸작 뒤에는 지독한 객관화 단계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위인들은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상충된 영역에서 과학과 예술적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겸비의 경쟁력'이란 말로 표현하고 싶다. 이 표현은 '재색(才色)을 겸비한 여성'과 같은 말에서 빌려온 것으로,우리는 지금 경쟁 역량 '겸비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존경받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애플의 아이팟은 사용자 니즈에 맞는 세계적인 히트 디자인 개발을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인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내면에는 클레임 제로에 가까운 제품 생산과 지독한 원가 절감 활동이 병행돼 있다. 또 생산지를 아시아의 여러 나라로 옮기며 품질관리와 원가관리를 빈틈없이 하면서도 부단히 히트 디자인을 내고 있는 나이키의 경우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난공불락의 놀라운 경쟁력을 겸비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을 보면 다른 기업보다 먼저 사업 통찰력을 발휘,신사업 기회를 포착하면서 동시에 기존 사업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철저한 코스트 의식으로 완벽한 경쟁 우위의 수익성을 만들어낸다. 짜게 할 때 짜게 하고 투자할 때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의 겸비,사실을 근거로 한 과학적 객관화의 힘과 미래를 보는 상상력 내지 창의력의 겸비,간결하면서도 강한 프로세스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창의성의 겸비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바로 '겸비'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