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영국문화원 어학센터.이곳 휴게실에는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잠실이나 성남 분당처럼 먼 곳에서 온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분당에서 광화문까지 차를 한 시간 이상 타고 온다는 학부모 김모씨(37)는 "아이가 영국식 영어 발음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악한 교통여건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오고 있다"며 "집 근처에는 모두 미국식 영어 학원뿐"이라고 말했다.

영국문화원 영어수업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영국문화원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초등영어교실'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은 모두 1000명가량.한 반 정원은 14명이며 일주일에 두 번,한 시간반씩 7주간 수업한다. 비용은 34만5000원이다. 한 달에 10만~15만원 안팎인 일반 보습학원에 비해 50% 이상 비싸고 교통 사정도 좋지 않지만 학부모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1학년 때부터 영국문화원에 보냈다는 이모씨(42)는 "영국식 영어가 더 고급스럽다고 들었다"며 "사설 학원들과 달리 강사진이 대졸 이상이고 수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영국문화원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강 한 달 전부터 영국문화원은 치열한 '예약 전쟁'을 치른다. 일부 강좌는 순식간에 마감되고 '대기자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정도다. 영국문화원 어학센터 관계자는 "등록기간에 앞서 미리 가등록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그러나 규정상 불가능해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문화원이 다음 달 11~21일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개설하는 '여름방학 집중 코스'는 현재 거의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문화원 측은 오는 9월1일부터 새 학기 강습을 시작한다. 새로 등록하려면 반편성 테스트를 받은 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등록 공고가 났을 때 신청하면 된다. 반편성 테스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뒤 의료보험카드나 주민등록등본,인터뷰 응시료(5000원)를 가지고 방문하면 받을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