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부처가 알아서 하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는 앞으로 큰 원칙만 정해 놓고 개별 공기업의 운명은 소관 부처별로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ㆍ추진키로 했다.
기존처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321개 선진화 대상 공기업을 민영화,통폐합,구조조정 대상 등으로 각각 분류한 밑그림을 그리고 각 부처가 실행하는 방식을 포기한 것이다. 쇠고기 파동 등으로 공기업 개혁 추진 동력이 많이 약해진 데다 '종합 선물세트'식 개혁 추진은 '민영화 괴담'을 불러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민영화 담당부처별 추진
기획재정부는 22일 당정협의를 거쳐 공기업 선진화 4대 원칙을 확정ㆍ발표했다. 민영화는 경쟁여건이 형성된 분야를 중심으로 하고 업무가 상호 유사ㆍ중복되는 기관은 통폐합하며 나머지는 기능 재조정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전기 가스 수도 건강보험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지금까지와 달라진 것은 공기업 개혁 추진 주체와 방법ㆍ절차다. 당정은 각 부처별로 각각 소관 공기업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별 공기업을 어떻게 처리할지 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물론 재정부와 사전 협의가 전제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 '공기업개혁추진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는 했지만 청와대와 재정부가 '작전본부'를 꾸려 놓고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려 보내는 방식은 지양키로 했다.
아울러 그동안 공기업 개혁 방안 마련 과정에서 빠져 있던 공론화 과정이 추가됐다. 관련 공기업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8월 중순부터 찬반토론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8월 말께 최종안을 마련하고 9월 정기국회에 최종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공기업 개혁 퇴보 우려도
그러나 통상적으로 재정부에 비해 산하 공기업을 변호하는 성향이 강했던 각 부처가 최종안을 마련하게 됨에 따라 기존 공기업 개혁 방안이 퇴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도 재정부와 소관 부처 사이의 논의 과정에서 상당수 공기업이 민영화 리스트에서 빠졌는데,아예 소관 부처 책임으로 진행될 경우 개혁 논의가 '온정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다가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를 혁신도시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고 고용안정도 최대한 고려할 방침이다. 특히 혁신도시로 옮겨가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혁신도시 건설촉진 국회의원 모임'이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 민영화 대상에서 빠진 공기업의 효율화를 위해 몸집을 줄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영철 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그러나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시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련돼 있기 마련"이라며 "각 부처가 여론 수렴 후 만든 최종안이 시안과 크게 배치되거나 그로 인해 공기업 민영화가 원칙없이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매각 원점으로
아울러 정부는 전기를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면 발전자회사 매각 스케줄도 원점으로 돌리기로 했다. 장 국장은 "발전자회사 매각은 국민의 정부 시절 스케줄을 만들었다가 참여정부에서 중단됐다"며 "현재 전기는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최소한 현 정부 내에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