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발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낮추고 해당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반기 미국시장의 불확실성과 이익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실적 개선을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LG화학에 이어 이번 주에는 LG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로 포문을 열었다. 지난 21일 연결 기준 856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해 증권사 평균 전망치인 8305억원을 상회했다.

하지만 목표주가를 올린 회사는 거의 없고 대우 대신 신영 등 9개 증권사가 22일 일제히 LG전자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 중 CJ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투자의견도 하향 조정했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2분기에 선전했지만 3분기 이후 실적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18.9%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주가도 3.08% 내린 1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 영업이익이 1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급증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여준 동양제철화학도 증권사 호평이 이어졌지만 주가는 내렸다. 대우증권은 이날 "동양제철화학은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확대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여줬다"며 목표주가를 47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주가는 2.17% 내린 3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증권사들로부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은 CJ CGV는 3분기 수익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0.3% 오르는 데 그쳐 실적 개선이 무색할 정도였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지수 하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1.39%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24일의 현대차와 25일 발표될 삼성전자의 실적이 더욱 관심을 끈다.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것은 미국 중국 등의 해외 변수와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하강 속에 한국 기업들의 이익만 계속 증가할 수는 없다는 심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높은 이익 증가율을 보여도 시장이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높은 이익증가율을 유지하는 것은 더 큰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가 조정이 3,4분기 실적을 선반영하는 것이라면 장기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악재만 보이는 시장에서는 3,4분기 한국 기업들의 이익 개선 속도가 둔화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더 많지만 이미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받은 만큼 실적 둔화에 대한 내성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되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스피지수 1500대라면 '매수 후 보유' 전략을 구사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