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는 고환율을 부추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급등을 초래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현안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정부는 환율뿐 아니라 모든 가격이 시장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어길 생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권과 학계 일부의 사퇴 압박에 대해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 더 일을 잘하라는 질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두개입 한 적 없다"


강 장관은 "고환율 정책은 실패했다"는 강봉균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환율 정책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적극 방어했다. 쏠림현상이 있을 경우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고환율이나 저환율정책은 쓴 적도 없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그는 "지난 4,5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고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며 올해 들어 환율은 계속 올라가는 상태였다"며 "정부가 고환율을 부추겼다기보다는 환율이 올라가는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노력을 훨씬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아니라 오히려 저환율정책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해 시장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의 질타에는 "환율과 관련해 직접 발언한 건 3월25일 한 번뿐인데 기자들이 환율 방향에 대해 질문해서 '경상수지 적자기조가 3개월째 이어지는 것을 보면 자명하지 않느냐'며 반문식으로 말한 적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달 초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한국은행과 함께 시장개입에 나섰던 데 대해서는 "전 세계 물가가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특정한 방향으로 환율 쏠림 현상이 일어나 정부도 이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확실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주기 위해 개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그래도 경제의 기초여건,외환시장의 수급 등을 기초로 외환시장이 움직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 정책 평가 아직 이르다"


한승수 총리와 강 장관은 최근의 경제 위기가 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한 총리는 "노무현정부 때보다 경제가 더 나빠졌다"는 강봉균 의원의 지적에 "김대중 정부 마지막 성장률이 7%였다"며 "노무현 집권 초기에는 고유가와 같은 어려움이 없었던 만큼 지금 비교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김영삼 정부 시절 7.5%였던 잠재성장률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4%대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최근 시중에 돌고 있는 9월 위기설에 대해 "외환 때문에 나오는 것 같은데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외채보다 많다"고 일축했다. 또 "경제팀 교체 없이 물가 안정 위주의 정책을 쓴다면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박은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사람을 바꾸지 않아도 정책을 바꾼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정부 정책 실패도 경제 위기의 일부 요인이 아니냐는 유일호 의원의 질의에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의 최고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이를 위해선 물가 안정도 필수적인데 10조원의 민생지원 정책도 하반기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효과들을 현 정부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유창재/김유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