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동조합은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명칭 상장 고용을 유지한다'는 등의 23개 사항에 대해 HSBC와 합의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론스타와 HSBC 간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7월31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이먼 쿠퍼 HSBC 서울지점 대표와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서명한 이번 합의문은 총 13개 조항,23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명 상장 고용 등 기존에 HSBC가 약속한 것을 재확인한 것 외에 '이사회 과반수는 한국인으로 구성한다''이사회는 은행의 정책과 전략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외환은행을 HSBC의 단순한 자회사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외환은행의 해외 지점망은 은행의 중요한 부분으로 유지된다''미국 내 상업금융 부문의 재건을 포함해 국내외 성장성 있는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지점망을 확충한다''기업금융 및 소매금융의 고객기반을 확대한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합의문에는 '외환은행 직원에겐 고위 경영진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부여된다''보상 및 급여는 국내 선두은행 대비 경쟁력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대부분의 일상업무에서 한국어 사용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HSBC의 기존 한국영업은 점차적으로 외환은행으로 통합된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HSBC는 이번 합의를 통해 7월 말로 론스타와의 계약시한이 만료되더라도 당분간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파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환은행 내부에선 이번 합의가 사실상 론스타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것인 만큼 론스타도 당분간 계약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그러나 이번 합의에 대해 '기획 이벤트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합의가 이행되려면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HSBC의 인수에 대한 승인 검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