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전문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 등급(별 3개)을 받은 프랑스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가 오는 10월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5층에 문을 연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국내에 매장을 여는 것은 '피에르 가니에르'가 처음이다. '요리계의 피카소'로 평가받는 피에르 가니에르(58)가 자신의 이름을 따 1997년 프랑스 파리에 처음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현재 파리(2곳),런던,도쿄,홍콩 등에 매장이 있고 서울점은 여섯 번째다. 올 하반기 국내 호텔가와 요식업계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개점을 70일 앞두고 롯데호텔로부터 서울점의 모습과 준비 상황 등을 들어 봤다.

"휴~,이렇게 힘든 개점 준비는 처음이네요.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선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개점을 준비하는 TF팀 30명의 한숨소리가 잦다. TF팀은 개조공사팀(10명),식음팀(6명),조리팀(6명),식음연구개발(R&D.5명),디자인(2명),홍보(1명) 등 롯데호텔 '정예멤버'로 지난 1월 구성됐다. 이정렬 총지배인의 지휘 아래 하루에도 수차례씩 진행되는 회의,프랑스 현지와의 업무협조 등으로 밤샘근무를 밥먹듯 하며 최고급 레스토랑 '모시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TF팀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총 60억원이 투입된 매장 개조 공사 작업.창업자이자 총주방장인 피에르 가니에르는 서울점 설계를 프랑스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가니에르에게 직접 의뢰했다. 맹경호 개조공사팀장은 "컨셉트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기 때문에 벽과 천장이 모두 곡선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서울점은 매장면적 820㎡,82석 규모로 메인홀과 4개 별실로 구성된다. 가니에르는 전체 좌석의 50%(42석)를 차지하는 4개 별실을 모두 다른 컨셉트로 디자인하기 원했다. 결과적으로 소규모 레스토랑 4개를 각각 디자인하는 것만큼 품이 들어간 셈이다. 따라서 총 공사기간도 일반 호텔 레스토랑(3~4개월)의 세 배인 9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특히 4개 별실 중 하나는 한 폭이 1m짜리인 월페이퍼를 20장 연결해 벽 전체를 벽화로 꾸민다. 롯데호텔은 이를 위해 '멀쩡한' 사각형 방을 원형으로 바꿨다.
개장 70일 앞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가니에르 와인 300종 찾아라"
공사비용 중 10억원은 최고급 샹들리에를 구입하는 데 쓰였다. 이 역시 가니에르의 요구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 총 21개의 샹들리에가 홀과 별실에 설치되는데 개당 가격은 최고 5000만원에 달한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 부문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서울점은 리베리코햄(스페인산 햄)으로 감싼 아귀찜,엔초비(멸치)를 잘게 썰어 허브와 함께 버무린 에피타이저 등 15~20가지 요리가 나오는 코스 메뉴를 내놓는다.

이는 5~6가지의 일반 프랑스 코스 요리보다 최고 네 배 많다. 이를 위해 롯데호텔 조리장 2명과 소믈리에 1명이 프랑스에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특훈을 받았다. 봉준호 조리장은 "가니에르로부터 직접 하루 14시간씩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며 "3명 모두 체중이 5~7㎏ 줄었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가니에르는 또 요리에 어울리는 300여종의 와인리스트를 롯데호텔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은 단 60여종뿐.결국 롯데호텔은 프랑스 현지에서 연수 중인 직원을 통해 와이너리와 직접 접촉하고,국내 와인 수입업체 3~4곳을 선정해 수입토록 했다. 하지만 한 해 생산량이 3000병에 불과한 '도멘 콤비에 2006' 등 희귀 와인도 목록에 있어 모두 확보하는 건 "장담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용어풀이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Michelin)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서.미슐랭이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준 자동차 여행 안내책자에서 출발했다. 별 갯수로 등급을 표시하며 별 3개가 가장 높다. 별점은 음식,서비스,청결상태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세한 기준은 비밀이다. 프랑스에서 전년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식당의 주방장이 자살까지 할 만큼 미슐랭의 별점 등급은 세계 레스토랑의 최대 관심사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간된 도쿄판은 일본에서 별 3개 8곳 등 모두 150개 레스토랑이 별점을 받아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