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화가 이종상 화백(70·예술원 회원·사진)이 일본 도쿄에서 독도 그림전을 연다. 다음 달 29~31일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아트페어'에 독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한국화 10여 점을 출품할 예정.일본 정부가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독도 영유권을 무례하게 주장하는 일본에는 독도를 그린 일본화가 한 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문화예술적으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독도는 우리 땅'과 같은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일본인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습니다. "

그는 화업 50년 동안 고구려 문화의 원형과 독도의 진경만을 꾸준히 화면에 담아온 작가. 지난 30여년 간 37차례 독도를 방문해 '독도의 속살'을 샅샅이 화면에 되살려냈다. 그동안 그린 독도 그림은 600여 점.그는 사재를 털어 '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화가 60명으로 구성된 '독도 지키기 문화 의병'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내가 처음 독도를 그렸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독도 문제는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독도 그림을 일본 미술시장에 선보이는 이유도 독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문화적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치♥외교적 영토 분쟁으로 독도를 타자화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한국의 독도문화'를 일본 현지에서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를 정치적으로만 생각하는 데엔 문제가 있어요. 태초부터 우리 영토인 독도에는 이미 자생문화가 형성돼 있고 그 문화를 일본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우리 독도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도 떠보고 싶고요. "

작가는 독도 그림 역시 대중화,생활화,미학적 가치라는 세 가지 문화적 주제를 화면에 담았다. 단지 페인팅이 아니라 수묵채색 기법으로 독도 문화를 심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독도에 형성된 우리의 문화를 살피는 동시에 문화적인 실효적 점유권을 확보해 역사 담론을 읽어내는 안목도 탁월하다.

"한반도가 내 몸이라면 독도는 좌(左)청룡,강화도 참성단은 우(右)백호,백두산 천지는 북(北)현무,한라산은 남(南)주작입니다. 나는 애국자도 아니지만 천의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우리 땅이기 때문에 그릴 뿐입니다. 옛날부터 그림은 '지도의 아버지'라고들 합니다. 그림으로 독도가 우리 땅인 것을 알려주고 싶거든요. "

그는 "독도 문화와 정신의 뿌리를 그림에서 찾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실제로 독도의 흙을 발라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미대 교수와 박물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미술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1975년 완성한 대작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은 우표에 실리기도 했다. 칠순의 나이에도 그에게는 인생의 목표가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의 의미를 묘사한 한국판 '게르니카'를 그리고 싶은 것이다. 그는 또 독도판화집을 만들어 전국 학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서관에 배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